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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6:13    조회수 : 222    추천수 : 6
 글쓴이   양종훈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는 집단이기주의, 밥그릇 싸움 이상의 의미가 없다.


김필성 변호사라는 분이 쓰신 글인데 본문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ilsung.kim.92/posts/10224358893825867

제가 변호사가 될 때에도 변호사 업계는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다 망했다는 생각들이 팽배했죠. 그렇지만 전 생각이 달랐습니다. 굴러들어온 돌인 제 입장에서 볼 때, 아직 이 동네 사람들이 등따시고 배부르다는 것이 보였거든요.

저들이 등따시고 배부르다고 본 이유가 있습니다. 로펌 운영이나 업무 수행의 최적화, 비용 절감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호사인데”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사람들, 아침에 출근하면 여직원들이 모닝 커피 한잔 타다 주고, 연필 미리 깎아서 가지런히 가져다주고, 책상 다 치워주고, 청소도 다 해주고, 별도로 운전사두고..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모습들이 귀족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이게 모두 돈으로 보였습니다.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먹고, 필기구 정리와 청소도 자기 것은 자기가 하고, 운전도 자기가 하든지 대중교통을 타고.. 그렇게 하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얼마인데 그런 건 관심 없이 우는 소리를 하는 걸까? 전 그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법조계가 급변했습니다. 제가 변호사 될 때 시장에 있었던 변호사 숫자보다, 지금 시장에 있는 변호사 숫자가 세 배 이상 많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어이없이 폭락한 시장은 없습니다.

여전히 경영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업계에 넘칩니다만, 이젠 적어도 고위 전관 출신 정도가 아니면 저렇게 무개념하게 직원쓰는 변호사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니, 이젠 무조건 싼 방을 구해서, 직원이 할 일까지 자기가 다 하는 변호사가 다수입니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기 방이 따로 없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급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 때문입니다. 돈이 없으니, 수입이 급감하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겁니다.

따지고보면 변호사들의 수입은 이미 제가 변호사가 될 때에도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를 붙잡고 우는 소리 하던 법조인들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변호사 수입은 계속 급감했고, 이제는 돈과 시간을 들여서 로스쿨 가는 것보다 대기업 취업하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인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법조계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의사 불법파업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어서입니다.

의사들을 비판하기 위해 히포크라테스 선서까지 등장했던데, 그렇게 복잡하게 접근할 이유 없습니다. 그냥 다 밥그릇 싸움이니까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니 의사의 사회적 책임이니 의료윤리니 하는 건 그냥 거들 뿐입니다.
이런 건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제대로 푸는 겁니다.

이번에 의사들이 밥그릇에 위협을 느낀 직접적인 계기는 의대 증원을 눈꼽만큼 늘릴 수도 있다는 정부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의사가 늘어나면 그들의 밥그릇에 영향이 가겠죠.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사실 그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수가였습니다.

수가 논쟁에 대해서는 의외로 의사들 편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의사들의 논리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겠죠. 그렇지만 전 수가 문제의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의료산업은 잘 모르니까요. 그래서 의사들의 주장을 직접 검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 수가에 대한 의사들의 주장을 기본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어느 산업이든 수익이 줄어들면, 그래서 생존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이 인건비입니다. 먼저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그것으로 부족하면 임금 자체를 줄입니다. 이건 자본주의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호사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변호사 시작할 때는 “그 돈 받고 취업하는 것은 치욕이다. 차라리 몇 달 놀다가 개업하는 게 낫다”라는 평가를 들었던 연봉이, 이제는 그만큼만 줘도 고마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저만 해도 고용변호사일 때는 세후로 급여를 받았던 세대입니다만, 이제는 세후로 연봉을 주는 로펌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 저도 로펌을 경영하는 입장이고, 제가 있는 로펌의 대표변호사입니다만, 급여 문제는 항상 민감합니다. 회사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의료계는 아닙니다. 아직 의사의 급여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미 제가 변호사가 될 때에도 같은 나이대의 변호사 급여보다 의사 급여가 최대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제가 이과 출신이어서 원래 주변에 법조인보다 의사가 더 많은 지라 아는 겁니다. 통계를 내보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전문직 급여는 통계자료를 믿기 어렵습니다.
제가 변호사 될 무렵보다 변호사의 급여가 훨씬 더 떨어졌지만, 의사는 여전히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걸 보시죠.

https://www.medigatenews.com/news/2472329101

의사의 급여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병원들이 먹고살만하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의사들은 여전히 의료계의 갑이고, 병원들이 의사들의 급여를 조정할 정도로 어렵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수가도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망하는 병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올 텐데, 반대로 묻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업종 중 파산하는 업체가 하나도 없는 업종이 있을까요? 일부 병원이 망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정말 수가가 문제라면, 그래서 의료계가 망하고 있다면, 일단 의사들 급여가 폭락해야 하고, 망하는 병원들, 의원들이 길가다가도 보여야 하고, 결정적으로 의사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의대의 커트라인이 떨어져야 합니다. 지금 로스쿨 몰락하는 걸 보면 이해되실 겁니다. 특히 IMF이후, 졸업한 학과의 급여 수준과 그 학과의 커트라인은 메우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공고해 보이던 서울대 중심의 학벌 위계질서가 IMF를 지나면서 한방에 깨졌습니다. 요즘 1992년도 이과 배치표가 돌던데요, 그 배치표 기준으로 서울대 물리교육과가 연세대 의대와 커트라인이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이게 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가를 높이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의사들이 챙겨갈 거 다 챙겨가고 남은 것으로 병원 등을 운영하기 어려우니, 그 돈을 건강보험금으로 메꾸라는 것이니까요. 일단 의료계 내에서 지나치게 높은 의사들의 급여를 먼저 조정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답이 없으면, 마지막으로 수가를 고민하는 것이 맞습니다. 수가는 국민 전체의 부담 문제가 되니까요. 의사들의 급여를 보장해주기 위해 우리가 돈을 더 내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럼 누가 의사 하냐고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네, 그런 분들은 의사 그만두시면 됩니다. 그렇게 의사 그만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의대 커트라인도 내려가겠죠. 그래서 의사 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가면, 그때는 아마 수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 아무도 의사 그만두는 사람 없습니다. 의대 커트라인은 여전히 서울대보다도 높습니다. 오히려 저는 수가를 깎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제 전공이 물리학입니다. 물리학은 전체 시스템의 보존량과 불변량을 제대로 보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저는 사회문제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물리학적인 관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현상 역시 통계물리학적 도구로, 물리학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의 관점이나 법칙들이 적용가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저는 의사의 급여나 의대의 커트라인이야말로 그 특성상 전체 시스템을 보는 중요한 파라미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 tmi일 수도 있는데, 의사가 어려운 공부를 많이 하니 돈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제가 단언하는데요, 물리학과 대학원의 양자장론 과목이나 수학과 대학원의 토폴로지 과목이 모든 의대 과목보다 더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이나 수학자들은 돈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 안합니다.

공부하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니 많이 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그렇게 주장하면 이번에는 음악이나 미술 전공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겁니다. 그거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초등학교때부터 돈 무지하게 쓰고, 유학가서도 돈 써야 합니다. 그렇다고 음악가들이나 미술가들이 돈 많이 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 못봤습니다. 그러니 이젠 그런 주장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게 부당하다면 의대 커트라인부터 내려갔을 겁니다.

 

이준구
(2020/09/16 17:49)

통렬하게 비판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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