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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2 16:46    조회수 : 1991    추천수 : 15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전염병의 경제학


2000년대 초 중국에서 SARS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로 인해 동아시아의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발병지역의 관광수입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고, 사람들이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려 하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음식점의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이 올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SARS가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SARS보다 훨씬 더 무서운 전염병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4세기 초에 창궐한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1/4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서 5천만 명이나 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그 즈음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1천 5백만 명이었는데, 그 세 배가 넘는 사람이 독감으로 사망했던 것입니다.
이런 흑사병이나 독감에 비하면 최근 우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SARS, 메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은 초경량급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의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흑사병이나 독감 같은 대규모의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활동의 위축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만 보면 대규모의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특히 진앙지 중국과 지리적으로 바로 이웃해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상당한 악영향을 각오해야 할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사람들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는 바람에 유통업, 요식업, 여행업, 오락산업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의 수많은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어려움이 닥칠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확산추세가 얼마나 장기화될지에 있다고 보는데, 만약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사정이 어려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타격이 오리라고 봅니다.

오늘 아침 늘 가는 쇼핑센터에 갔는데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더군요.
다른 때는 조금만 늦게 가도 주차공간 찾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절반 이상의 주차공간이 남아 돌더군요.
그 안의 음식점들 다른 때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는데 오늘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구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겠지요.

그런데 거기 온 사람들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더군요.
나처럼 마스크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막가파’ 정도의 깡다구를 가진 사람같이 보였을지 모릅니다.
과거 SARS나 메르스가 한창 문제되고 있을 때도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확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신종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은 독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그 기사 보셨겠지만, 이번 겨울 미국에서 1천 5백만 명이 독감에 걸려 14만 명 이상이 병원에 입원했고 8.20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통계수치 보면 우리가 신종 코로나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그리 합리적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병에서 오는 고통이나 치사율로만 치면 신종 코로나가 훨씬 더 무서운 전염병인 게 분명하지요.
그러나 아직은 전염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자칫하면 걸릴 수 있는 독감에 비해 걱정을 덜해도 될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도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들이 넘쳐나는 걸 보면 신종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 중 독감 예방주사 맞지 않은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합리성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우선순위에서 독감 예방주사가 마스크보다 훨씬 더 위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내가 쓴 “인간의 경제학”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현실의 인간은 매사에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 존재지요.

 

동훈학생..
(2020/02/02 19:14)

저 또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면서 왜 이번 겨울에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습니다.

 
delta
(2020/02/02 21:34)

전염병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건, 병에 걸리고 죽는 사람들이 대체로 노약자이고 경제활동을 한창하는 사람들은 건강해서 병에 잘 안 걸리기 때문이겠죠.

 
bernanke
(2020/02/02 21:49)

미국의 독감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게 증상의 정도가 심한 것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독감에 걸리면 좀 고생하지만 독감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은 (제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양종훈
(2020/02/03 09:26)

교수님께선 우한폐렴에 대한 정부 대응이 적절했다고 보시는지요? 보수 언론들은 메르스때보다 대응능력이 나아진게 없다고 평가해서 질문 드립니다.

 
이준구
(2020/02/03 18:01)

비록 완벽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큰 잘못은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신문 헤드라인에 방역체계가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난리를 치는 걸 보고 혼자 웃었습니다.
도대체 '붕괴'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그런 표현을 썼는지 의심스러워서요.

 
프레데릭바스티아
(2020/02/05 13:00)

메르스 때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칼럼을 보게됩니다. 이거 참 ㅋㅋㅋ 어느 정권인지에 따라서 전염병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생각도 변하시나 봅니다. 제가 보기엔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전염병 대응에서 변한것도 없고 나아진것도 없는데 말이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041557131&code=940100

 
미누스
(2020/02/05 21:27)

바스티아를 좋아하는 분답게 자유방임적으로 각자도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 보시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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