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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4:43    조회수 : 283    추천수 : 3
 글쓴이   jackdawson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환상에 대한 수요와 불편한 진실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911191394068909

현 시국에 대한 진중권의 전체적인 평가가 나왔네요. 정치적 입장이나 진중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제가 볼 땐 지금까지 나온 조국사태에 대한 평가 중 가장 적확하고 핵심을 찔렀다고 봅니다.

사실 저는 그의 책을 미학서적을 제외하면 거의 다 읽은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중권보다 전투적으로 진보의 가치와 독일식 사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도 없지요.

저는 그의 정치적 입장과 황우석 사태를 제외하면 그의 평론을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쪽입니다. 그는 이번 뿐만 아나라 과거에도 곽노현 사건처럼 같은 편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눈치보지 않고 독설을 날렸습니다. 다만, 이번에 좀 늦게 등판한 이유는 친구와 진보논객 사이에서 심적 괴로움이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어떤 이는 그가 시도 때도 없이 나댄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땐 나대는 게 아니라 보수쪽으로 심하게 기울여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사명감의 발로였습니다. 특히 젊었을 때는 파이터 기질이 대단했었지요.

그런 그가 현 시국에 대해 "진실에 대한 수요보다 환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평가는 정말 멋있는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서 불편한 진실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는 이게 일부 사람들만의 현상이라고 믿었는데, 식자층이나 일부 언론까지 그러는 것을 보면서 이런 현상이 꼭 일부 지지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저 역시 지난 두달은 완전한 패닉상태, 아노미에 빠져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비 이성적으로 만들었는지 저는 아직도 그 해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현 시국은 꼭 연구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 겁니다. 나중에 이에 대한 논문이 나오면 심심할 때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적폐수사를 담당했던 윤석열도 못 믿고, 사법부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젠 사법부도 못 믿고 사법개혁의 촛불이 시작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가의 모든 사법시스템이 불신으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도덕적인 잣대와 법적인 잣대는 엄연히 구별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이것이 혼재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조국사태는 스텝이 꼬였다고 봅니다. 모든 기준을 법적인 잣대로만 바라볼 때 그 사회의 정의와 공정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조국사태의 본질이었던 국무위원의 도덕성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나라에서 합의된 기준이었습니다. 과거라면 당연히 임명되지 않았을 그 합의된 기준을 깨고 상쇄시키기엔 조국의 위선은 너무 적나라했고, 애초에 국민을 설득시키기엔 무리였습니다. 문재인이 말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장관임명에 문제가 없다, 는 말은 두고두고 진보에게 독이 되어 날아갈 것입니다.

그런 본질은 어느새 잊어버린채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으로 빠르게 전환되었고, 제가 볼 땐 적폐수사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수사한 검찰을 권력의 사냥개 노릇하던 군부독재 시절의 검찰로 소환시켜 사회악 비슷하게 상정한 다음, 이제는 조국을 정치적 순교자로 만들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 거룩한 정치적 순교자 밑밥을 눈치빠른 조국은 알아채고 이미 SNS에 이와 관련된 글과 검찰개혁 촛불사진을 올려 놓았고, 문재인은 이제 더이상 감싸주는 것은 무리라 보였는지 국민과의 대화에서 조국과 손절하겠다고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반사적으로 야당이 지지율을 가져오는 게 정상일진데, 그러지도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이겠지요. 이번에 민주당보다 더 과감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할 때는 총선이 문제가 아니라 대선에서 또 질지 모를일입니다. 이런 천하의 기회에도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하고 민주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로 굳건합니다. 한국 보수는 지금 간신히 호흡기로 생명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엄살이 아니라 조국사태라도 없었다면 내년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도 못 막는 상황으로 내몰렸을 겁니다. 저는 그래도 우파정당을 지지하고 싶은데,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차라리 조국이 사퇴하지 않고 계속 조국사태가 이어지길 바랐던 상황은 참 비참하고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내년에 100석을 못 건져도 할말이 없을 겁니다. 저 같은 놈이나 지지하지 국민이 보기엔 그 나물에 그밥, 조국보다 못한 놈들이 득실거리는 집단입니다.








저는 이명박이 당선될 때 정권교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무려 500만표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전과 12범이라는 얘기가 돌만큼 그는 대선후보시절부터 너무 부패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무슨 마피아나 저지르는 줄만 알았던, 범인도피죄같은 범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이명박의 도덕성엔 눈을 감아주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진보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대중은 진보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진보는 항상 사회의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멋들어진 말을 앞세우기 때문입니다. 조국이 SNS로 했던 말들은 소크라테스도 울고 갈 명언의 잔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위선이라는 독이 되어 자충수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가 패배한 이유도 저는 그의 구역질 나는 위선이 컸다고 봅니다. 시쳇말로 트럼프의 인성은 거의 쓰레기급 입니다. 그러나 토론에서 트럼프는 나는 차라리 솔직하다며 힐러리의 위선을 거의 처참하게 공격했습니다. 대중은 멋있는 말보다 위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 합니다. 일단 저부터도 그러니까요.

이것은 어떤 정책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개인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나쁜친구는 원래 그러려니 하겠지만 착하고 믿었던 친구의 실제 모습이 전혀 상반된다면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비록 우파지만 저는 노회찬을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줬던 몇 안되는 정치인 중에 한명이었죠. 8년 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안산에 있는 호프집에서 만나 밤새도록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저는 그의 진정성이 제 맘 속에 더 들어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TV에서 보면 내심 늘 응원했습니다. 그가 떡값 검사 리스트를 발표했을 때 저 역시 감동을 받았지요. 저는 아직도 노회찬이 자유한국당 왠만한 20명의 의원보다 더 훌륭한 일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랬던 그가 드루킹 일당에게 돈을 받았다고 실토할 때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배신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저는 과거 조국이 SNS질을 할 때 부터 아주 천박한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이번에 덜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제가 노회찬을 응원했던 것처럼 조국을 응원했던 사람에겐 아마 이번에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정도의 증거가 나왔다면, 문재인 지지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조국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사법적인 유죄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 생각엔 진보는 멋있는 말의 향연으로 국민을 설득하려면 깨끗한 도덕성이 바탕이 되어 위선이 없어질 때 큰 힘을 발휘하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검찰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은 거 같습니다. 유시민도 이 부분을 굉장히 오해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들에게 검찰은 아직도 그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의 검찰 이미지가 뇌릿속에 박제 되어있는 듯 합니다. 사회적 거악이 편히 잠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특수부에서 수사받는 사람은 사실 대한민국 0.001%도 안됩니다. 일반 국민들은 고소, 고발을 당하지 않는 이상 참고인이나 증인이면 몰라도 조국처럼 특수부에서 피의자로 검찰 수사 받을 일은 없지요.

지금 검찰이 분명 썩은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고소가 없는 데도 아무나 탈탈 털어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수준은 아닙니다. 보수가 박정희의 향수에 젖어 있으면 안되듯이 지금 운동권의 586도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검찰 망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솔직히 안타깝습니다.

비리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도 감옥에 갈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탄핵당하는 게 현재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입니다. 언론도 충분히 보수와 진보가 적절히 나뉘어져 두눈 부릅뜨고 살아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때론 비리가 있으나 현재 검찰이나 사법부를 너무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제는 차분히 사법부의 판결을 지켜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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