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로그인
회원가입 | ID/PW찾기
Home > 게시판

2019/11/02 17:23    조회수 : 1039    추천수 : 7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자신과 똑같은 정치적 성향을 갖는 사람의 체취를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흔히 말하기를 “부부는 서로 닮는다.”라고 하지 않나요?
오랜 기간 동안 함께 살다 보면 서로 비슷해지는 점도 있겠지만, 애당초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끌려 결혼하는 경우도 많겠지요.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종교, 학력, 가정 배경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그냥 짐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학자들의 학술적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지요.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데 작용하는 사회적, 행태적, 신체적 특성 중 종교 다음으로 중요한 측면이 바로 이 정치적 성향이라고 하네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이성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연인 사이의 두 남녀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아주 상반된 생각을 갖는 것이 발견되면 아무래도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정치적 성향이 똑같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사이가 더욱 좋아져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것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런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똑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2014년 맥더못(Rose McDermott) 등 세 사람의 정치학자들이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란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풍기는 체취가 바로 정치적 성향에 기초한 배우자 선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유전적, 생리적 메커니즘에 의해 본능적으로 비슷한 정치적 성향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람과 동물의 배우자 선택과 번식에 후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어떤 개체가 풍기는 체취가 면역력이라든가 사회성 같은 배우자로서의 적합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주는 체취를 갖는 상대방을 선택하는 반면, 역겨운 느낌을 주는 체취를 갖는 상대방을 물리친다고 보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논문의 저자들은 어떤 사람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된 체취가 배우자 선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우선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18세-40세의 연령대 146명의 실험 대상자를 선발했습니다.
그 중에서 21명의 강한 이념적 성향(10의 진보와 11명의 보수; 11명의 여성과 10명의 남성)을 갖는 사람을 선발해 그들의 체취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실험 대상이 된 사람은 철저한 목욕 후 겨드랑이에 거즈 패드를 붙이고 24시간이 지난 후 이를 수거해 체취 샘플을 만들었답니다.
연구자들은 체취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엄격한 환경을 만들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나머지 125명의 참여자들이 21개의 체취 샘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조사방법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지 않고 125명 모두가 21명 모두의 체취를 맡게 했는데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내가 그런 실험을 한다면 여성은 남성의 체취를 맡게 하고 남성은 여성의 체취를 맡게 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시켰을 겁니다.
그래야만 체취에 의해 배우자 선택을 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을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이 실험의 결과, 자신과 똑같은 정치적 성향의 갖는 사람의 체취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반면, 상반되는 정치적 성향을 갖는 사람의 체취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본능적 경향이 있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는 뜻이지요.
물론 저자는 이 체취가 배우자 선택의 수많은 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는 단서를 분명히 달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왜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체취가 달라질 수 있느냐입니다.
보수적인 사람은 어떤 특정한 체취를 갖는 반면, 진보적인 사람은 다른 특정한 체취를 갖는다는 생각 그 자체가 우습지 않습니까?

앞서 말한 논문의 저자들은 간략하게 이 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제대로 설득이 되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냄새에 대해 특히 예민해 쉽게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성이나 성적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왜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른 체취를 갖는지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갖는 사람의 체취를 좋아하고 따라서 이 점이 배우자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이 연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 자신은 이것이 흥미로운 게 분명하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이론적 근거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료: R. McDermott, D. Tingley, P. Hatemi, "Assortative Mating on Ideology Could Operate through Olfactory Cue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2014.

 

jackdawson
(2019/11/02 17:51)

푸하하. 굉장히 재있는 논문이네요. 그런데,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연구같습니다. ㅋㅋㅋ 냄새에 예민한건 개인의 생리적 특성이 클거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ㅋ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에서 맥라이언이 소개팅에서 남자를 만났는데, 남자가 공화당 지지라서 대화가 안이어지고 파토가 나는 장면에서 저도 피식 웃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커밍아웃을 하자면 5년 전부터 보수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대선때 홍준표를 찍었죠. 정치성향이 다른건 아무문제가 없는데, 조국사태에서 조국을 찬양하며 검찰앞에서까지 시위하는 여자라면 저는 좀 고민될거 같습니다. ㅋㅋㅋ 아무래도 가치관이 많이 다를 가능성도 있다고 보거든요.

제 가치관이 절대선이고 맞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조국찬양하는 사람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건 사실이거든요. ㅎㅎ

 
Cer.
(2019/11/02 21:20)

제목 보자마자 우리나라의 반례가 떠오르더군요. 국감에서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유한국당 모 의원과 서로 부부관계인데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진풍경도 봤으니까요.

 
Cer.
(2019/11/02 21:36)

굳이 체취를 맡게 하는 데 성별 구분없이 한 것은 부부 관계를 포함해서 전체 인간관계를 일반화하기 위해서 아니었을까요? 믿기 힘들지만 만약에 저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부부관계 뿐만 아니라 친구관계 등에도 성립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요.

 
이준구
(2019/11/03 13:58)

당연히 정치적 성향이 상반되는 커플도 많지요.
그런데 통상교섭본부장의 경우는 겉보기와 다를 수 있어요.
진보 정부의 고위관료로서의 입장이 자신의 속마음과 일치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이준구
(2019/11/03 13:59)

내가 인용한 연구는 전적으로 부부관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논문 제목이 말해 주듯.

 
회원가입
(2019/11/04 03:55)

'알통이 크면 보수고 알통이 작으면 진보'라는 황당한 기사를 MBC 뉴스에서 방송하던게 떠오릅니다

 
동훈학생..
(2019/11/09 17:26)

정말 흥미로운 연구 입니다.

 
윗글 과연 80 90년대 대학입시는 공정했을까요?
아랫글 교수님 교과서에 대해서 질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