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로그인
회원가입 | ID/PW찾기
Home > 게시판

2019/09/23 15:17    조회수 : 1766    추천수 : 23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국가부채를 빌미로 확장적 재정정책에 어깃장을 놓아선 안 된다


며칠 전 이 게시판에서 우리에게 대담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채택을 권고한 크루그먼(P. Krugman) 교수의 견해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도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그의 말을 인용해 그와 같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 되었습니다.

재정건정성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모시면서 재정확장에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도 지금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는 점을 모르진 않습니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입만 열면 우리 경제가 마치 침몰 직전의 배인 양 위기의식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구조개혁의 숙제가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조개혁의 문제는 하루 이틀에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런 문제들이 하나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 정부가 들어오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도 아닙니다.

이 정부가 이런 구조개혁의 문제에 대해 아직은 어떤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정부에선 잘 진행되고 있던 구조개혁의 작업이 이 정부 들어와서 올스톱 되었다는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구조개혁 작업은 단기간에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랜 기간을 두고 꾸준히 노력해야 비로소 성과가 보이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나 수요 부족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단기적 처방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나 내가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어떤 일간지를 보니 확장적 재정정책에 딴죽을 거는 기사와 사설이 나란히 실려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2년 전 한 국책연구소가 제출한 용역보고서의 국가채무 관련 전망에 기초해 재정확장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국가부채의 장기전망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 GDP의 40%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가부채가 2060에 가면 94.6%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정부가 바로 그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 가고 있다는 것이 그 기사와 사설의 주장입니다.

나는 그 신문이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정부가 그 동안 예산을 펑펑 써왔기 때문에 이미 위기가 찾아온 것처럼 단정하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어떤 통계자료를 갖고 있길래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군요.

여러분이 잘 아시듯 국가부채란 해마다 발생하는 재정적자가 누적된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정부가 과연 얼마나 큰 규모의 국가부채 발생에 책임을 갖고 있는지를 따지려면 해마다 재정수지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될 겁니다.
특히 이전 정부와의 비교를 해보면 이 정부 재정운영의 특성이 드러날 것입니다.

재정수지에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포함하는 통합재정수지는 국가부채를 계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가 국가부채 문제의 핵심인데, 지난 5년 동안의 변화추이를 보면 이 정부 들어와서 적자폭이 특히 커졌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14년에 -1.9%, 2015년에 -2.3%, 그리고 2016년에 -1.3%였습니다.
이에 비해 2017년의 관리재정수지는 -1.0%에 머물러 있었고, 2018년에는 오히려 -0.6%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비하면 관리재정적자가 현저히 줄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신문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문 정부, 보고서 지적 무시한 채 세금 쏟아붓는 정책 밀어붙여 .... 재정 건전성 위기 초래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답니까?
내 생각에 그들의 저의는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확장적 재정정책에 찬물을 끼얹자는 것일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비판을 하려면 어떤 분명한 객관적 근거를 갖고 해야지 이 기사처럼 자기 생각만으로 비판을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이 단계에서 국가부채의 급증을 빌미로 확장적 재정정책에 어깃장을 놓는 행위는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수요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침체에 빠진 경제를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무조건 시비만 걸자고 덤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수세력은 입만 열면 노동시장 개혁, 규제철폐 등의 구조적 개혁 문제를 들고 나옵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현안 문제에 대한 단기적 처방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구조개혁 못지않게 단기부양도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면, 이에 걸맞은 대책도 절실하게 필요한 법입니다.
보수세력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신문의 기사와 사설은 마치 GDP 대비 94.6%의 국가부채가 바로 내일 일어날 일처럼 떠들고 있습니다.
2060년이라면 아직 40년도 더 남은 시기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몇 번씩 바뀔 것이고, 한 정권의 임기중 재정정책도 수시로 바뀔 수 있을 겁니다.
그 40년 동안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국가부채가 끊임없이 누적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 용역보고서의 예측은 단지 하나의 막연한 짐작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무슨 족집게 점쟁이처럼 40년 후의 일을 자신 있게 예측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이런 시나리오대로 가면 이런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식으로 짐작한 데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예측 결과를 갖고 우리가 마치 난파선이라도 올라탄 것인 양 호들갑을 떨 필요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의 상황은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크루그먼 교수도 지적했지만, 우리 정부의 재정능력상 그것을 감당할 충분한 여유가 있습니다.
이렇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정책의 채택을 방해함으로써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처사입니다.

 

윗글 이준구 교수님의 침묵.
아랫글 회원님들께 드리는 부탁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