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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0 10:47    조회수 : 6885    추천수 : 61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크루그먼(P. Krugman) 교수 - "한국경제,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신문 보도를 통해 알고 계시듯,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역대 가장 낮은 마이너스 0.038%를 기록해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물가’라고 하면 늘 인플레이션만 생각하는 버릇이 있지만, 사실 인플레이션보다 더욱 무서운 게 디플레이션입니다.
일본 경제가 20년 이상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디플레이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루그먼(P. Krugman) 교수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는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디플레이션이 경제구조에 자리 잡는 것을 막아야 하며 그렇게 되려면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공감이 가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를 획기적으로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자율이 이렇게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낮추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자율 하락이 소비나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기대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이렇게 통화정책의 적극적 활용이 어려운 상태에서는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재정정책의 활용이란 재정적자를 무릅쓰는 한이 있더라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려 총수요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이와 같은 정책처방을 우리에게 처음 제시한 것은 바로 케인즈
(J.M. Keynes)였습니다.

이와 같은 케인즈의 아이디어를 ‘기능적 재정’(functional finance)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재정건정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재정적자의 누적이 국가부채의 증가를 가져오고 결국 국가부도 사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 사실이 적자재정을 통한 재정정책의 적극적 활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을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과감하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이런 과감한 재정정책의 활용에 필요한 한국 정부의 재정여력이 충분하느냐인데, 그는 이 의문에 “그렇다.”고 주저없이 말합니다.

그 다음으로 ‘즉각적’이란 말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처럼 효과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재정지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요즈음 보수언론을 보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돈 나눠 주는 데 세금을 펑펑 쓴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크루그먼 교수가 말하는 즉각적 효과를 내는 재정지출은 바로 이런 성격의 재정지출을 말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재정건전성도 중요하고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꼭 필요한 곳에 아껴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아껴 쓰느라 허리띠 졸라맨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이 모든 경제 상황에 적합한 만능의 처방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태에 있을 때인데도 재정건전성을 부르짖으며 정부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들은 바로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골탕 먹이고 싶어 그런지 몰라도, 사실 적절한 정책의 채택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입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를 보면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가 전례없는 침체상태에 빠졌을 때 공화당이 보인 태도를 연상하게 됩니다.
기억하고 계실 테지만, 그때 같은 긴급상황에서는 전례없는 극단적인 정책처방까지 불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극약 처방이었습니다.
연방준비은행이 무한정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려 한다는 이 정책은 평시라면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과감한 정책이었습니다.

새로 대통령에 취임한 오바마(B. Obama)는 이와 더불어 급격한 재정확장정책이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의 훼방으로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인 공화당 의원들이 재정건전성이니 국가부채한도니 뭐니 하며 딴죽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화당 의원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는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가 아닐까라는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석학인 크루그먼 교수의 객관적인 진단과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방향으로의 충고는 그가 처음이 아닙니다.
그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문가들도 지속적으로 그와 같은 방향의 충고를 해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가 곧 그리스나 베네주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동안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예산을 펑펑 써왔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협박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답니까?
재정건전성이란 알량한 구실로 적절한 재정확장 정책의 채택을 가로막는 일이야 말로 정말로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ProjectManager
(2019/09/14 21:19)

재정확장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재정확장은 근본적 산업 구조의 발전이나 혁신을 가져오는 게 아닌 단순한 보조금 위주의 정책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에 청년고용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하청이 아닌 다른 먹거리를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런 기술개발 과정에서 대기업에게 기술약탈 등을 당하지 않게 한다면 굳이 청년고용보조금 정책이 나오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보조금 정책은 영원할 수 없고 이런 산업구조 개편이 근본적인 해법이겠죠.

건설 부동산 또한 마냥 적폐라고 몰아세울 게 아니고 뉴딜정책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시키고 GTX등의 교통시설 조기착공 등으로 내수가 돌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장관은 무조건 건설은 악이라고 외치고 있으니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답답합니다...

 
이준구
(2019/09/15 15:24)

원칙적으로 말하면 산업구조 개편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크루그먼 교수가 지적하는 우리 경제의 문제는 그런 장기적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수요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이것을 해결할 단기적 처방이 문제인 것입니다.
정부지출이 단기적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물론 이와 같은 성격의 지출이 산업구조 개편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러나 그런 성격을 정부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뉴딜(New Deal)을 대규모 토목공사라고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오해입니다.
MB정부가 4대강사업 하면서 '그린뉴딜' 운운 하길래 내가 뉴딜이란 말에 모욕을 주지 말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뉴딜정책은 미국 루즈벨트(F. Roosevelt)대통령의 진보정책을 의미하는 것이지 토목공사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교과서들이 후버댐 사진 놓고 뉴딜정책을 설명하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지요.
그리고 미국 경제가 대공황의 충격에서 벗어난 게 그런 토목공사 덕분도 아니었습니다.

건설이 무조건 악이라고 몰아서는 안 되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부처럼 건설경기 부추기려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투기로 인해 뛰어오른 집값이 서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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