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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2 10:35    조회수 : 16341    추천수 : 36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2류 국가"의 "3류 정치인"이 우리에게 던져준 도전 과제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봤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위협해 온 것처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공식화했습니다.
하기야 저들이 우리에게 보복의 칼을 빼들었는데 그걸 쉽사리 거둘 리 있겠습니까?

경제대국 건설에 성공한 일본은 세계의 지도자 위치를 호시탐탐 노려 왔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공작을 벌여 온 것이 벌써 오래 된 일입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마치 일본이 자유무역의 선도자라도 되는 양 기고만장한 연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정경분리’라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무역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하는 치졸한 전략을 구사한 일본 정부는 스스로 세계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2류 국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습니다.
일본정부의 이번 조치는 단지 보복 대상인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IT산업의 생태계에 엄청난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보복 조처를 강행한 일본 정부는 그 무책임성에 대해 세계의 질타를 받아 마땅합니다.

최근의 국제경제질서는 범세계적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상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나라의 한 기업이 모든 생산과정을 도맡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어졌습니다.
한 나라의 기업이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만들어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중간재가 다시 다른 나라의 기업에 공급되는 식의 연결망이 전세계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연결망 안에서 자신이 조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이를 악용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기본질서를 해치는 명백한 반칙행위입니다.
우리에게 그 동안 반도체 소재를 공짜로 준 것도 아니고 돈 받고 팔아먹었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갑자기 상대방을 골탕 먹이기 위해 안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는 건 악덕상인이나 할 짓 아닌가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초토화된 일본 경제가 오늘의 번영을 누린 데 자유무역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무역의 기조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이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일본이 바로 이 자유무역의 기조를 앞장서서 흔드는 무모한 일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듯 일본 정부는 그 동안 화이트리스트를 통해 우리에게 특혜를 베풀어 왔는데 단지 그걸 철회하는 데 그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설사 특혜조처라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수십 개 국에게 적용되는 것을 유독 우리에게만 철회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차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유무역의 기본 이념은 이와 같은 차별조처가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일본 정부가 다시 어떤 보복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상황이 일파만파식으로 악화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일본이 바라는 대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가 이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크게 흔들릴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현명한 외교밖에 없습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현명한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문제는 무엇을 양보하느냐에 있는데, 정부는 이 점에 대해 허심탄회한 자세로 국민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앞에 놓여진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바로 이것을 찾아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정부가 지난번의 박근혜 정부처럼 굴종적인 자세로 이 사태에 임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를 얕보는 태도가 깔려 있음이 분명합니다.
굴종적인 자세로 당장의 어려움을 피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일본이 얼마나 더 오만방자한 자세로 나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영어 속담에 “Every cloud has its silver lining.”이란 게 있습니다.
아무리 어둡고 우울한 일에도 밝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나는 우리가 이번 사태에도 이런 긍정적 자세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본의 수출제한조처가 당장 우리 기업들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길 것은 명약관화한 일입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절한 적응은 성공적 기업의 본질입니다.
당장 어려움이 닥쳤다고 울면서 주저앉는 기업이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새로운 여건에 적응해 나갈 것이며, 그 결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 상황의 부정적 효과는 점차 줄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인해 배럴당 3달러 대였던 원유가격이 하루아침에 10달러 넘는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러다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우리 경제의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생각해 볼 때 제대로 성숙되지도 못한 우리 경제가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충격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금 같은 일본의 치졸한 게임에 굴복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태는 우리 경제의 대일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런 경각심 없이 당장의 편리함만을 추구해 대일 의존도를 높여온 결과 오늘의 사단을 맞게 된 것이니까요.
우리 기업들은 당연히 소재의 국산화나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고, 이와 같은 조정과정이 완전히 끝나면 지금 같은 굴욕은 당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를 골탕 먹이는 과정에서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을 서슴지 않는 그는 “3류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번 사태를 3류 정치인이 이끄는 2류 국가가 우리에게 던진 중요한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는 진취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적응과정이 결코 짧을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저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태입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필요도 없고, 절망해 주저앉을 필요도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해야 합니다.




 

숲내음
(2019/08/02 11:51)

시의적절한 말씀 감사히 읽었습니다
저는 꽤 오래전부터 교수님 홈페이지에 드나드는
아줌마입니다
교수님 글 자주 읽고 싶습니다
더운날씨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준구
(2019/08/02 12:29)

제 글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노루
(2019/08/02 14:04)

교수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준구
(2019/08/02 16:58)

공감해줘 고마워요.
노루씨도 즐거운 주말 보내기를.

 
노루
(2019/08/02 22:20)

교수님 글을 친구들 단톡방에 올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글쓰기신문이라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친구가 머릿기사로 인용했는데 조횟수 엄청 많다고 합니다.

http://www.swritingwork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0

 
averji
(2019/08/03 13:05)

꼭 극일하리라 믿습니다...

 
이준구
(2019/08/03 13:38)

나도 그렇게 믿어요.

 
동훈학생..
(2019/08/03 16:17)

2류 국가의 3류 정치인 이란 말씀에 너무 공감이 갑니다.

언젠가는 일본과 아베가 현 상황에 대한 대가를 분명히 치를것으로 믿습니다.

 
TRobin
(2019/08/05 22:01)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그러고보니 1997년 IMF 이전에 원유파동도 있었군요. 전 책에서 보기만 했는데......

여담입니다만, 다음주에 제가 개발한 신제품이 출시됩니다. 일본에서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긴 한데, 살펴본 바로는 고수준의 처리를 요하는 기능은 외부의 다른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더군요. 그에 비해서 제 개발품은 모든 기능을 내부에서 소화하고 있어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일본이 Ruby라는, 일본제의 꽤나 유명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갖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 뿐, 전체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수준은 한국이 일본을 한참 전에 뛰어넘었다고 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온라인 게임 서버의 안정성만 비교해봐도 뻔히 보이죠. -_-

여담으로, Ruby를 보면, 간결하고 깔끔하긴 하지만, 언어의 한계가 명확하고, 특정 용도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걸 보면(그리고 그나마도 지금은 다른 언어에서 더 좋은 환경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오는걸 보면) 과연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두문저문
(2019/08/06 00:22)

소재산업은 공해산업 입니다.그간 시도를 안해온게 아닙니다.툭하면 고발 당하는데 그런 위험한 일에 자본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작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일본은 국가가 나서서 그런 문제들을 다 풀어왔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는 언급을 생략하겠습니다.
몇 해전에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언론의 논조나 여론은
"이 땅에 저런게 왜 있어야 하지?"이런 분위기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생각만큼 쉬운 일 아닌것 같습니다.
수개월 내에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있구요.

 
83눈팅
(2019/08/06 11:47)

감동 깊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장 명심하겠습니다.

 
사처포
(2019/08/07 16:31)

이번 건은 우리의 인내심과 집요함을 시험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굴종보다는 견디고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죠.

 
김인태
(2019/08/10 11:18)

평소 교수님의 글로 많은 정보와 가르침을 받고 있는 독자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좋은 말씀이신데요.
일부 조금만 다른 견해를 말씀드리면...

작금의 대일 관계 악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원인 파악이 우선이라 생각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잘못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의 대처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고요.

세계 무역은 자유무역주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자국 보호무역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이 아닌가 보여지기도 하고요.
WTO의 기능도 유명무실화 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처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대처는 어떻게 해야되는지 궁금합니다.

대일 감정이 격화되 있는 나라 상황이지만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되어 감히 비난을 무릅쓰고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어 댓글 남겨봅니다.

 
이준구
(2019/08/10 13:36)

주지하듯, 문제의 핵심은 한일협정으로 인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법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려 있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러니 나 같은 법률의 문외한이 어떻게 자신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내 개인적 생각으로 모든 문제의 원죄는 박정희 정부에 있다고 봅니다.
일본으로부터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려는 욕심이 너무 과한 나머지 정말로 중요한 국가간 협정을 대충 처리해 버렸기 때문에 오늘의 사단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니까요.

일본측 주장에 따르면 그때 박정희 정부가 개인청구권을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정희 정부는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독단적으로 포기해 버린 과오를 저지른 셈입니다.
당사자들과의 대화도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포기해 버린 것 아닙니까?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로서 그런 일방적 포기는 일말의 정당성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때 박정희 정부는 국민에게 이렇다할 설명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만이 모든 걸 알고 모든 걸 책임 진다는 식의 독선이었지요.
그때 한일 정부 사이에 맺어진 협약의 전부를 있는 그래도 낱낱이 국민에게 알렸다면 오늘의 혼란은 없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최근의 일로 나는 박근혜 정부의 굴욕 외교에 무지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일본에게서 푼돈을 받아다 소위 치유와 화해의 재단을 만든 건 무슨 작태입니까?
그 분들이 원한 건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이지 그런 푼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 정부가 푼돈을 내밀 때 우리가 원하는 건 그게 절대 아니라고 큰소리 쳐야 마땅한 일 아닙니까?
그런 굴욕적 외교를 내놓고서는 번복불가능이라는 딱지까지 붙여 놓았으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거지요.

혹자는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지만, 난 솔직히 말해 화해와 치유 재단 해체를 열렬히 지지했습니다.
그런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일본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굴욕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믿습니다.

 
김인태
(2019/08/12 11:51)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견해와 정보입니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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