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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4:57    조회수 : 703    추천수 : 10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알프스(The Alps)를 걷다(1) - 융프라우(Jungfrau)







여행의 주된 의미 중 하나는 자신이 매일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편안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요?
여행을 하다 보면 특급호텔의 호화로운 방이라 할지라도 소박한 자기 집에 비해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되니까요.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자신의 침대에 누우면서 여기가 바로 내 ‘Home sweet
home’이구나라는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래도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게 됩니다.
난 오래 전부터 색색의 야생화들이 뒤덮고 있는 알프스의 오솔길을 걷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그 꿈을 실현할 기회를 맞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융프라우(Jungfrau), 마터호른(Matterhorn), 몽블랑(Mont Blanc) 등 말로만 듣던 산에 직접 올라 화사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알프스의 여러 산들 중 우리에게 제일 친숙한 것은 융프라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관광 프로그램이 융프라우만을 일정에 넣고 있어서 유럽 여행을 가본 사람은 대체로 이 산에 한 번 오른 경험을 갖고 있을 겁니다.
이번에 가보니 엄청난 숫자의 중국 사람들과 인도 사람들이 융프라우를 완전히 접수한 상태더군요.
다른 산에서는 그들을 볼 수 없었는데 유독 융프라우에만 어마어마하게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어떤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융프라우가 일종의 동경의 대상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융프라우와 관련해 별로 운이 없는 편입니다.
여행할 때는 날씨가 매우 중요한데, 융프라우를 방문할 때마다 날씨가 궂었기 때문입니다.
융프라우를 가면 기차를 타고 정상 부근에 있는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까지 올라가게 마련인데, 내가 거기를 찾을 때마다 짙은 구름이 끼어 있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활짝 갠 날에는 그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알프스 연봉들이 어마어마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들었는데요.

이번이 세 번째인 나는 제발 이번만은 융프라우요흐에서 활짝 갠 하늘을 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 날 아침 융프라우를 끼고 도는 산책길을 하이킹할 때는 날씨가 활짝 개어 이번에는 융프라우가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듯 했습니다.
그 산책길은 융프라우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벵엔(Wengen)이란 마을 바로 뒤에 있는 깎아지른 언덕을 케이블카로 오르면 바로 시작됩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바로 그 언덕을 오르는 케이블카 선을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멘리헨(Mannlichen)이라는 지점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이라는 곳까지 5km 정도의 평탄한 산책길이 나 있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 융프라우 정상이 먼 발치에 보이는데, 길 주위에는 갖가지 야생화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더군요.
그 동안 세계 이곳저곳을 제법 다녀 봤지만 그렇게 예쁜 산책길은 처음 봤습니다.
(두 번째 사진이 그 길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는데, 기차를 탈 때 올려다 본 산봉우리가 이미 구름에 뒤덮여 가고 있더군요.
(세 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요.)
그래도 일루의 희망을 갖고 올라갔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상황은 더 나빠져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3,500미터나 되는 고도 때문에 가벼운 고산증까지 생긴데다가, 수많은 관광객들의 소란까지 겹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전망대의 매점은 예상대로 물건 값을 호되게 높이 부르더군요.
마트에서 사면 0.8프랑이면 살 수 있는 작은 생수 한 병에 5.7프랑이란 가격을 붙여 놓을 정도니까요.
생수 한 병에 7천원 정도를 주고 먹으려니 너무 아까워 처음에는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갖고 간 생수가 거의 떨어져 가는지라 어쩔 수 없이 한 병을 샀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더군요.

그 매점에서 웃기는 게 또 하나 있었습니다.
네 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컵라면 하나엔 7.9프랑을 받는데, 뜨거운 물만은 4.3프랑이나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거긴 고지대라도 빙하에서 물을 직접 채취할 수 있어 구태여 밑에서 퍼다 나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 물을 단지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5천원 이상이나 받다니요.
그렇지만 아쉬운 사람은 그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사야 할 테니, 스위스 사람의 봉이김선달 같은 상재(商才)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내가 머무는 동안 융프라우는 구름에 가려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시원하게 정상을 우리에게 내보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떠나는 기차를 타려니 마지막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정상을 훤하게 내보여 주더군요.
비록 기차 정거장에서 올려다 본 융프라우의 자태지만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Cer.
(2019/07/19 16:43)

융프라우는 정말 대충 찍어도 사진빨 엄청 잘 나오는 것 같네요.

여행갈 때 한국에서 온갖 음식 바리바리 싸갖고 가는 사람 많이 봤는데 컵라면 가격을 보니 바로 이해가 되네요...

 
동훈학생..
(2019/07/21 11:20)

어렸을 적 만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를 볼때 세상에 저런 곳이 있을까 생각 했는데, 융프라우를 보니 그때 생각이 잠시 났습니다.

저는 살짝 배가 고파 뜨거운 물을 비싼 돈(?) 주고 사서 가져간 컵라면과 커피를 타 먹었는데, 마침 날씨가 갠 상태라 정상 풍경을 바라보며 나름 운치있게 먹었던 거 같습니다.

 
이준구
(2019/07/21 20:20)

동훈학생 자네는 운이 좋았군.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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