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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6:54    조회수 : 2998    추천수 : 22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없다?


오늘 신문에 다음과 같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 관련 기사가 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아무 것도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내 상식으로는 그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무 것도 기여한 바가 없는데 우리 기업들이 자선사업 하듯 그들에게 돈을 뿌렸다는 말입니까?

자본주의 경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생산에 기여한 바만큼의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중의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벌어들인 소득만큼의 기여가 있었다는 뜻이며, 이들을 가리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만약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 근로자들에게 그 나라의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큰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황 대표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기여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식의 주장이 있더군요.
그들이 과연 아무 세금도 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이것 역시 정말로 말이 되지 않는 잘못된 현실인식이며, 따라서 이에 근거해 그들의 기여가 없다고 말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낼 테니 세금을 안 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과 관련된 세법규정을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소득세도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세상에 어떤 정부가 보통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소득세 면세 혜택을 부여하겠습니까?
외교관이라면 모를까요.

외국인 근로자의 소득이 너무 적어 면세점 이하일 경우에는 우리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세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면세점 이상의 소득을 얻는 경우에도 출신국 정부와 우리 정부 사이에 이중과세방지협정이 맺어져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등의 특혜가 아니며, 우리 근로자가 외국에 가서 일할 때도 똑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따라서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잘못된 현실인식입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이런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일관되게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당의 대표가 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너무나도 생뚱맞다는 느낌입니다.

설사 우리 기업들이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외국인 근로자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한다 해도 정부가 나서서 말려야 마땅한 일입니다.
외국인이라고 우리 근로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차별은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발전 정도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일이지, 우리처럼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런데 공정성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외국인에게 차별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내 머리에는 불현 듯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포퓰리즘이 스쳐갔습니다.
황 대표가 노린 것이 바로 트럼프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미국은 이민들의 피땀으로 건설된 국가입니다.
오늘날도 미국은 이민들의 기여 덕분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기회 있을 때마다 멕시코로부터의 불법이민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미국 국민 전반이 그 불법이민자들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이 형편없이 낮은 임금으로 뙤약볕 아래에서 채소와 과일을 거두는 막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에 미국 국민이 생계비를 절약할 수 있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비단 불법이민자들뿐 아니라 합법적인 이민에 대해서까지고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미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경제적 논리에 따르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그는 이런 포퓰리스트적인 발언이 저학력, 저소득 유권자의 환심을 산다는 사실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지요.

황 대표가 이번 발언을 통해 노린 것도 바로 이런 포퓰리즘에서 오는 정치적 이득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 집권 여당의 포퓰리즘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오던 자유한국당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그들에게 일자리를 뺏긴다고 느끼는 일부 근로자들의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우리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손해가 나는 장사를 하자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나 스스로 여러 번 거듭 밝혔지만 나는 시장근본주의자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어떤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데는 한사코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시장의 힘만으로도 얼마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이번 황 대표의 주장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Cer.
(2019/06/19 18:05)

굳이 어거지같은 말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자면 최저임금을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달리 적용하자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세금 관련 말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변호사 출신인 황대표가 그걸 모를 리가 없을텐데..

 
이준구
(2019/06/20 13:32)

설사 최저임금에만 차이를 두자는 제안이라도 용납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외국인 근로자는 기여한 게 없으니 차별대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83눈팅
(2019/06/20 16:27)

반이슬람 포퓰리즘이라는 해석도 있던데 저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Cer.
(2019/06/20 22:56)

오늘 신문 보니 홍준표 전 대표가 국수주의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더군요. 당내에서도 오바스럽다는 의견이 있는 거 같아요.

 
이준구
(2019/06/21 10:06)

자유한국당의 기본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니까요.

 
동훈학생..
(2019/06/24 20:38)

정말로 무지한 소리를 하는 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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