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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17:34    조회수 : 4780    추천수 : 25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


오늘 경향신문에 난 기사 하나를 읽고 우리 사회가 지금 심각한 병에 걸려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든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공평성과 불공정성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의 성인 38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의 비율이 무려 85.4%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현재의 분배상태가 평등한 것과 너무나 큰 차이를 갖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는 뜻 아닙니까?
최상위 소득계층에 속하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국민이 현재의 분배상태에 극심한 불만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 동안 우리 경제는 국제사회에서 성장과 분배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모범사례로 꼽혀 왔습니다.
분배상태의 불평등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등을 보아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나쁜 편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 국민이 체감으로 느끼는 불평등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것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통계수치가 아니라 체감으로 느끼는 실상이니까요.

뒤돌아보면 역대 보수 정권은 우리 사회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애써 부정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이 워낙 평등의식이 강한 나머지 실제로는 별로 나쁘지 않은 분배상황을 과장해서 인식한다고 말하는 보수적 경제학자들도 많았구요.
보사연의 이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분배문제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명백하게 잘못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분배상의 불평등성이 점차 커지는 추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 경제는 그 자체에 불평등성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편적 경향이 여러 나라에서 불평등성의 심화로 구체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예가 잘 보여주듯, 이와 같은 경향에 신자유주의적 정책까지 가세하게 되면 불평등성은 걷잡을 수 없는 정도로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기본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오는 성격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통해 가난한 사람에게도 혜택이 간다고 말하지만, 미국의 사례는 이 낙수효과가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가 이 내재적 불평등화 경향에 맞서 싸우려 한다 해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기 힘든 형편입니다.
불평등화의 도도한 흐름에 맞서 싸우기에는 정부가 갖고 있는 정책수단이 워낙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처해 있는 불행한 상황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요즈음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우리 사회에서 동네북처럼 두드려 맞고 있지만, 그 정책이 A부터 Z까지 모두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고용 감소라는 반작용을 과소평가한 데서 정책실패가 일어나긴 했지만, 불평등성을 완화시켜 보겠다는 의도 그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전에도 지적했듯,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반응을 살펴가면서 점진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보사연의 조사결과에서 나를 더욱 걱정스럽게 만든 부분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입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부유한 집안이 중요하다.”고 하는 말에 동의한 사람의 비율이 무려 80.8%에 이른다니 말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 경제적 성패가 결정되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뜻입니다.

한층 더 나를 경악하게 한 조사결과는 무려 66.2%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부패사회’라고 인식하는 국민이 절반을 크게 넘는다는 뜻으로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민주적인 정치절차 그 자체에도 회의를 갖기가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현 정부가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바람에 국정동력을 상실하고 표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불평등성과 불공정성을 바로 잡으려는 문제의식이 있다 해도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보수세력은 입만 열면 현 정부가 우리 경제를 송두리째 망쳐가고 있다는 비판을 퍼붓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가 베네주엘라의 뒤를 따를 날이 멀지 않았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는 말이 맞다면, 그 문제의 핵심은 현 정부의 정책이 아닌 다른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평등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국민의 의식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며 위기의 본질인 것입니다.

나로서는 상황의 진전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평등성과 불공정성의 심화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점에 대한 위기의식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간에 이 위기의식만은 공유해야 합니다.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러 민주적 정치절차까지 부정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 동안 우리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퀴돌이
(2019/06/02 20:03)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일수록 절차와 법이 가볍게 여겨지기 마련이지요. 현실에 존재하는 불공평과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이러한 인식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인식이 따라가지 않으면 현실에 불공평과 불평등이 사라져 가는 변화가 생기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것 같습니다.

 
Cer.
(2019/06/03 20:26)

오늘 유승민의원 특강한 것과 내용이 비슷하네요. ㄷㄷ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이 아니라고 비판하셨지만.

 
애그
(2019/06/09 14:13)

“한국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려면 부패할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이 66.2%에 이르는 것이 저는 놀랍지 않다고 봅니다. 저 역시 정권을 불문하고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공직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저 정도 위치에 오르려면 다 저런건가?’ 라고 절망적인 생각을 굳힌 것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면제, 잘못된 출장 및 거의 횡령에 가까운 행위, (부적절한)주식투자로 수십억의 시세차익... 머랄까요... 청문회때마다 자주 듣는 이런 단골 메뉴들을 본인 스스로와 주변으로 한번 눈을 돌려보세요. 흔한가요? 그렇지 않지 않나요? 아마 대부분의 경우 본인과 주변에서 저 중에 하나라도 걸리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데 왜 하나같이 청문회에 나오는 고위층 인사들은 정권을 불문하고 저 중에서 하나도 아니고 두세개씩 달고 있는 것일까요? 왜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을까요? 청문회가 망신주기로 변질되고 정책질의와 논쟁은 없다고 하기 이전에 망신을 당하지 않을 일반적인 사람이 후보로 나와서 정책 이야기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모습을 왜 이렇게 찾아보기 힘든가요?

야당에서는 당연히 후보자를 공격할 것인데, 이걸 모르지 않는 집권여당이 정치적으로 다른 여러 사안으로 공격받고 힘든 와중에서 발생하는 청문회 조차도 무난한(?) 청문회가 될 수 있을 법한 인사가 아니라 역시 단골메뉴를 달고 나와서 야당에게 또 하나의 공격거리를 안겨주는 것은...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는데 찾지 못하는 것인가요? 그런 사람이 없는 것인가요? 전자라면 왜 유독 그런 사람들은 찾기 힘들까요? 후자라면...66.2%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놀랍다기보다 33.8%나 되는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건 너무 과장된 생각인가요?

공직후보자가 될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고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는 삶을 살아아게 만들어서 나중이 그런 사람이 고위공직자가 되도록 하는 순기능이 청문회제도 도입의 한 취지라면...제도 도입 이후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까요?

저는 아마도 그 66.2%에 포함되는 사람인 것이 확실합니다.

 
fred
(2019/06/10 17:55)

저도 페어플레이(fair play)로 고위공직까지 오른다는 것은 일지감치 불가능하다고 체념했습니다, 어렸을때도 학교에서 배운대로 살면 잘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세계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늘 언제나 정반대 였습니다. 더티 플레이( dirty play)가 승리하고 페어플레이를 했던 사람들은 그들( 더티 플레이로 승리한 사람들)앞에 굴종을 해야 했지요.... 어렸을 때부터 이해가 안갔습니다.

 
fred
(2019/06/12 20:29)

지금은 그냥 저의 포지션을 견지하면서 ... 제발... 이 나라에 " 장수하는 천재 "가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원하는 것이 저한테는 지금 지녀야 할 현실적인 스텐스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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