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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15:10    조회수 : 4438    추천수 : 20
 글쓴이   이준구
 파일   file_5TMAtA.pdf (43,743 Bytes) Download : 277
 제목   [기고문] 금수저와 흙수저


서울대학교 동창회보에서 모처럼 글을 기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무슨 주제로 글을 쓸까 망설이다가 요즈음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금수저와 흙수저에 대해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 주위를 보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순전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뽐내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그런데 그 자수성가형 사람들이 오늘의 성공을 거둔 게 순전히 자신의 재능과 노력만의 결과일까요?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게 절대로 아니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그들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삶의 이런저런 단계에서 맞게 된 ‘행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라도 한 순간의 불운 때문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요?
우리 삶에서 운은 재능과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성공의 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그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인 재능과 노력도 실제로는 운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IQ로 대표되는 인지적 능력을 위시한 각종 능력이 유전적 요인과 교육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따라서 이것 역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는 거지요.

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자세 역시 유전적 요인과 교육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은 사실 무지하게 운이 좋은 경우라는 말이 됩니다.
그들이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을지 몰라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개천에서 난 용이 된 사람은 이 출생의 로토에서 운 좋게 좋은 번호를 뽑아든 사람일 뿐입니다,

이와 똑같은 논리를 아주 가난한 사람에게도 적용해 본다면, 그들은 무척 운이 나쁜 사람들입니다.
가난할 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나 교육적 환경도 나쁜 가정에서 태어나는 불운 때문에 일생 동안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니 말입니다.
사람의 삶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성장해 가느냐에 따라 삶의 경로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안고 있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중요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사다리를 타고 계층 상승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이 오히려 계층간 이동을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면 보이지 않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바로 이런 숨 막히는 답답한 분위기에서 흙수저 물고 태어난 걸 한탄하며 심지어 '이생망' 같은 섬뜩한 말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독일잠수함
(2019/04/21 08:03)

교수님 말씀대로 생각 안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문제이겠죠 뭐...

게다가 사회적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히 많고...

나이 어린 사람들도 점점 그렇게 변하고...

뭔가 세상이 이상한 거 아냐?
라고 하면 좌파로 몰리기 마련이구요

 
이준구
(2019/04/21 19:51)

그 지긋지긋한 좌파 빨갱이 타령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게 될까요?

 
fred
(2019/04/22 19:56)

저도 돌아보면 유력한 금수저 후보였네요
부친을 잘 만나서.. 고딩때 종로서적에서 책을 사날르거나 책사는데 돈 아끼는 건 바보라고 친구들한테 말할 수 있을 정도 였으니까요
(그당시에는 종로서적이 가장 큰 잘나가는 주식회사였구요 교보문고도 있긴 했었는데그리 크지는 않았었네요 )
물론 공부를 잘했겠죠?
하지만 저는 금수저를 지금도 동경은 하지만
금수저는 아니고 그렇다고 흙수저로 인정하지도 않네요.. 뭐랄까 좀 아리송하게 들릴지 몰라도 " 풍요와 빈곤 "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되네요
저는 대학을( 별로 유명한 대학 아닙니다.
폴리텍 기술대학입니다. 늦게 들어갔습니다 ) 졸업하고 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때 제 동창동생은 저더러 형은 " 아웃사이더( Outsider )야 "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여기 홈페이지에서 또한 아웃사이더인거 같네요

교수님... 세번째 문단 말미에서 " 성공의 요인이라고 부정할 수 없다 "가 아니라 " 부정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해야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네요

 
애그
(2019/04/24 01:31)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금수저의 정의가 너무나 포괄적입니다. 항간에서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에서 금수저는 집안이 너무 부자라서 놀고 먹어도 흙수저 물고 태어나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보다 훨씬 잘 살게 되는 혹은 여러 방면에서 유리한 세태를 말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포괄적 정의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ㅋ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금수저의 정의와 조금 다른거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남들이 가지지 못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태어났고 그걸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로 해석하겠습니다. 같은 의미로 개천에서 용이 된 케이스라고 할지라도 본인 스스로가 “나는 자수성가 했다.”고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는 것에도 100% 동의합니다.

 
이준구
(2019/04/24 10:39)

내가 금수저라는 말을 그렇게 폭넓게 해석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네.
우리 주위를 보면 자수성가한 친구들 중 매우 교만하고 안하무인인 친구들 제법 있잖아?
주변의 빈곤한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고.
그런 친구들에게 잘난 게 별로 없다는 말 해주고 싶은 것일세.

정책적으로도 그런 사고방식의 소유자는 강경보수적 입장을 취할 때가 많잖아?
거기에 경종을 울려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일세.
Luxury Fever를 쓴 코넬 대학의 프랭크(Robert Frank) 교수도 역시 경제적 성공에 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네.
경제적 성공의 요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정책에 대한 견해차로 이어진다는 말도 했고.

 
애그
(2019/04/24 12:11)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 더 무섭죠.

사실 몇일 전에 어떤 분이 여기에 링크해준 분배정의연구센터의 주병기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기사([한국경제 길을 묻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나라)와 관련하여 "공부라는 것이 과연 유전요인이 강하냐 가정형편과 같은 비유전 요인이 강하냐"를 두고 지인들과 때 아닌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유전적 요인보다 가정형편같은 비유전 요인이 강하다는 주의였는데 생각보다 유전요인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의 정의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관점차이가 더 컸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입장을 취한다고 해도 사실 공부잘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면 복 받은 케이스이죠.(공부 잘한다고 다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의미가 아님; 사실 여기서 좁은 의미의 금수저 개념이 들어갈 여지가 생김. 공부에 국한되는건 아니지만;)

가정 형편이 좋아서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거나 그런 가정 형편은 대부분 부모도 고학력이라서 어느 정도의 머리와 끈기를 가지고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인내심도 물려받았을 테고...

설령 집안형편이 어렵고 부모가 고학력이 아니라도 명석한 머리를 물려받아 학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이런 저런 논의가 있었는데 가정환경 등이 학업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는 저에게 누군가의 한 마디가 절 바로 깨갱하게 했습니다.

"야! 한X그룹에 조모씨 일가 자식들 봐봐!"
(좁은 의미의 '금수저'의 극단적 사례;;;)

 
독일잠수함
(2019/04/24 22:17)

,,,

 
83눈팅
(2019/04/30 17:11)

저도 선생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소위 개천에서 용된 사람들이 모든 건 개인 능력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극단적인 엘리트주의에 빠진 것을 많이 봤습니다. 개천에서 용된 사람들이 본인의 행운에 감사하면서 그 행운으로 얻은 것들을 주변에 기꺼이 나누어주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83눈팅
(2019/04/30 17:12)

이 글은 동창회보 기고글을 요약한 것이네요.

 
83눈팅
(2019/04/30 17:21)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은 적어도 '보이지 않는 금수저' 물고 태어났지만, 흙수저 환경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수저 환경인 사람들은 명문 사립대에 가면 충분하다고 생각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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