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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13:43    조회수 : 1941    추천수 : 24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책 추천]Michelle Obama, Becoming



시카고는 주로 백인이 살고 있는 북부지역과 흑인이 살고 있는 남부지역으로 갈리나 봅니다.
미셸 오바마는 이 남부지역의 그리 부유하지 않은 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났습니다.
말하자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미셸이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한 이 자서전을 읽고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미셸은 한 가지 점에서 큰 행운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헌신적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과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일가친척들이 그를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책 말미에 미셸은 그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뒤로, 보기에 따라서는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어렸을 때의 삶 아니 그의 인생 전체를 아주 정확하게 묘사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 부모들과 달리 미셸의 부모는 늘 공부, 공부를 외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고 스스로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는 데 그쳤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셸은 흑인으로서의 어려운 처지를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뿐입니다.

미국에 어느 정도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의 흑인인들이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무지한 상태로 살아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셸이 실제로 경험한 흑인으로서의 핸디캡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읽은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어떤 또래의 흑인 소녀와 만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소녀는 미셸을 향해 대뜸 "왜 넌 백인처럼 말하는 거니?"라고 물었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대부분의 흑인들이 쓰는 영어는 독특한 억양을 갖고 있습니다.
오바마 부부가 그 대표적 예지만, 교육을 많이 받은 흑인들이 쓰는 영어는 백인의 억양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말입니다.
사실 그런 흑인 특유의 억양이 흑인들의 사회적 진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미셸이 경험한 그 일은 흑인들 사이에 자신의 정제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 같은 것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의식이 흑인들의 사회적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사회적 진출 역시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딜레마가 아닐 수 없는 상황입니다.

메셸이 그 말을 듣고 무척 놀라기는 했지만 흑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Priceton대학의 학부와 Harvard대학의 로스쿨을 졸업한 오늘의 미셸은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와 같은 딜레마가 몸과 마음이 한창 성장하고 있던 그에게 상당한 시련이 되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즐거웠던 부분은 버락 오바마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과정에 대한 서술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버락은 로스쿨 시절 시카고의 로펌에서 수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미셸이 그의 멘토 역할을 했지요.
미셸의 눈에 비친 로스쿨 학생 버락 오바마의 모습은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버락이 집안을 어지르고 잘 정리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 미셸은 아낌없는 조롱을 퍼붓습니다.
그러나 매사에 치밀하고 엄청나게 똑똑한 그의 지성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존경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락의 따뜻한 품성에도 무지 높은 점수를 주고 있구요.

버락이 프로포즈한 날의 묘사는 배꼽을 잡을 정도로 웃깁니다.
미셸은 그날 프로포즈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단지 한 멋진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둘 사이에 언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미셸은 반드시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비해 좀 복잡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 버락은 결혼이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해 미셸을 화나게 만들 때가 많았나 봅니다.

그 날 버락은 앉자마자 널 사랑하지만 결혼이 꼭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로 시비를 걸어 왔다네요.
그래서 심한 언쟁으로 이어졌고 화가 난 미셸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답니다.
전채고 메인이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웨이터가 디저트가 담긴 그릇을 들고 왔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미셸은 그 디저트를 거들떠 보기조차 싫은 상황이었답니다.
그런데 웨이터가 그 뚜껑을 열고 보여주는데 거기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지요.
그 순간 버락이 무릎을 꿇고 "Will you marry me?", 그리고는 주위 사람들이 박수로 축하해 줬구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재미있고 멋진 광경 아닙니까?

버락 오바마가 정치계에 투신해 벼락 성공을 거둔 스토리도 너무나 흥미진진합니다.
주 상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 그리고 바로 연방 대통령 -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신데렐라 이야기지요.
버락이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지만 운도 엄청나게 좋았다는 느낌입니다.

대통령이 된 후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삶에 대한 서술도 매우 인상 깊습니다.
퍼스트 레이디로서 모두가 잘 사는 미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미셸의 애국심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식없는 배려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구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옵니다.
후임 대통령에 대한 예의 때문에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트럼프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미국사회에 대한 우려가 여과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애써 도입한 진보적 개혁프로그램을 하나둘씩 무효화시켜 나가고 있는 트럼프를 바라보는 심정이 과연 어떨지 함께 아쉬운 심정이더군요.

이 책에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미셸 오바마의 따뜻한 인간미로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훈훈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처지를 극복한 그의 용기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었구요.
여러분들도 이 책에서 그 멋진 여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ps. 이 책 번역판 나와 있습니다.
번역이 아주 잘 된 것 같더군요.








 

martha
(2019/02/06 23:44)

책 추천 감사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연설이 기억나네요.
외국서점에도 베스트셀러로 올라온 사진을 봤었는데
책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상모략의 달인
(2019/02/07 05:06)

1. 선생님 말씀대로 시카고는 백인이 주로 사는 북부 지역과 흑인이 주로 사는 남부 지역으로 나뉩니다... 시카고에서 3년 살았으니 잘 알지요... 그래서 메이저리그 야구팀도 백인이 주로 사는 북부지역 사람들을 포함한 시카고 시민들 상당 수가 컵스 응원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남부에 거주하는 흑인들 위주의 상대적 소수의 사람들 주로 응원합니다... 그래서 티켓도 화이트삭스가 비교도 안 되게 쌉니다... 운 좋으면 30불, 평균 50불이면 "제가 말하면 선수들에게 들리는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시카고 컵스 리그리 필드에서는 불가능하지요...

2. 미셸 오바마가 시카고 대학교에서 일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도 원래는 하이드 파크에서 살다 보니 시카고 시절에 오바마가 갔던 식당들 몇 군데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진을 자랑스럽게 걸어놓았더군요...

3. 가정환경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감한 일 하나가... 시카고 시절에 집에서 나서는데... 어느 흑인 아주머니가 전화 좀 빌릴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일이시냐고 여쭈어 보니까...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면서 "버스에서 내릴 때 쟤들이 내 핸드폰 훔쳐갔다"고 하시는데... 보니까 흑인 어린 애들 둘이 엄청 뛰어가고 있더군요... 마이크 타이슨이 어린 시절 형이랑 칼로 사람 찌르는 놀이 했다고 하던데...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죄의식도 무뎌지고 정말 안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시카고 시절에도 하이드 파크 주위에 있는 할렘은 딱 보기에도 달랐고... 거기 얼쩡거리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들어갔다가 큰일나는 수가 있다더군요 -_-

4. 전에 적었다시피... 제 페북 친구 중에 노벨상 수상자, 클라크 메달 수상자, 세계계량경제학회 석학회원 등 경제학계의 대가들이 상당 수 계신데... 하나같이 트럼프 미친 X 취급하고 계십니다... 트럼프 뽑은 미국 백인들 실드치는 우리 나라 일부 언론보면 웃기지도 않지요... 이 무슨 반지성주의인지... 중우정치는 엄연한 중우정치라고 생각합니다...

5. 버락 오바마는 외교에 대해서는 평가가 좀 박한 것 같은데... 내치는 잘 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 교수님들께 여쭈어 보아도 같이 평가하시더군요... 대통령 하기 전에는 한창 젊었던 사람이 8년만에 폭삭 늙어서 나가자나요... 국정에 말 그대로 진력(盡力)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주위 참모진으로 일했던 경제학자들을 보세요... 하나 같이 탑급, 일류입니다... Alan Krueger, Jonathan Gruber, Austan Goolsbee 등등..... 자신들 수준이 높아야 인선도 그렇게 할 줄 아는 것입니다...

 
이준구
(2019/02/07 10:37)

martha씨, 이거 꼭 읽어 보세요.
분명 좋은 영향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트럼프가 다음 선거에 또 이기면 미국의 앞날은 정말로 암울할 텐데.

 
중상모략의 달인
(2019/02/07 13:46)

그런데 하나 아쉬운 것은 저런 대가분들이 트럼프를 "그냥" 까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어코 그런 대가분들에게 페이스북 친구 줄줄이 신청한 것도... 선생님께서 이 게시판에 쓰시는 내용 같은 것들을 그 분들도 쓰시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배울 것이 많지 않을까 해서 신청한 것이었습니다만... ㅜㅜ

사실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Society of Labor Economists (그런데 재정학에는 왜 이런 큰 학술 단체가 없는지요? National Tax Association을 이런 단체라고 하기에는 좀 minor한 느낌이지 않은지요;;), NBER 등도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고... 여기서 주요 연구들 업데이트를 잘 해주는 편이고... 또 NY Times도 페이스북에서 위에 적은 학술단체 사이트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것은 대가들의 포스팅보다는 여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대가 분들이랑 페친이다 보니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노벨상 수상자 급인 분으로부터 생일 축하 인사를 받은 적이 있기는 합니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야구 전문가 분들과의 네트워크도 여기서 다져서... 이제는 페북 계정 없애기도 힘들어진 듯 합니다... -_- 오히려 자리 잡고 나면... 박상인 교수님처럼 전체 공개로 돌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성
(2019/02/07 14:13)

선생님, 종종 이렇게 좋은 책을 서평과 함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훈학생,
(2019/02/07 16:13)

교수님!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다음으로 읽어 볼 계획 입니다.

 
중상모략의 달인
(2019/02/08 00:56)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일이주에 한 번 씩은 만나는 지도교수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만... -_- 지금 1년 반 뒤에 졸업할 수 있는지가 문제지 학위 취득 자체는 확정입니다...

저 위에 적은 것도 대가들 페친 맺은 것은... 대가들 포스팅을 보면 insight를 날카롭게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소기의 목적을 거두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_-) 학술단체, NY Times 팔로우 하고 있는 것은 연구 아이디어 용이자나요... 사실 저도 이렇게 신문에서 아이디어 얻은 적은 아직은 없고...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식이었습니다) 일전에 적은 그 Asean 사무총장 아들이라는 태국 친구는 Economist지를 본다는데... 그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거기서 아이디어 얻은 적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지도교수도 그러고 여러 교수들이 연구 아이디어 잡으려면 신문을 보라는 말을 많이 하던데... 일단 지금까지는 별로 도움 안 되는 것 같아도 그 말을 듣기는 들어야지요... -_-

 
martha
(2019/02/08 17:41)

네,감사합니다.교수님!

 
애그
(2019/02/10 15:15)

미셸이 최근에 한 말중에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던 말이 “그들이 저급하게 가더라도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은 영어 원문이 “When they go low, we go high.”였는데 콩글리쉬 문장 같았다는 겁니다. ㅋㅋㅋㅋ;; 영어를 너무 어렵게만 보는 저는 그랬었습죠~!ㅠㅠ 저렇게 품격있는 말도 저렇게 간단하게 표현이 되는구나...새삼 놀랐습니다!ㅋㅋ

 
이준구
(2019/02/10 17:48)

애그군 말이 맞네.
영어 표현 중 우리 식인 게 너무 많네.
예를 들어 "오랜만이야"를 "Long time no see."라고 하는 것처럼.

미셸의 그 말은 너무나도 멋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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