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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5 11:14    조회수 : 766    추천수 : 13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취두부(臭豆腐) 시식회 후기



일전에 팬클럽 중국 난징지부장으로 계신 메이데이님께서 중국의 명물 취두부(臭豆腐)를 선물로 갖다 주셨습니다.
몇 년 전에도 취두부를 선물 받아 팬클럽 회원들과 시식회를 가진 바 있었지요.
취두부 병뚜껑을 열자마자 몇몇 호들갑스러운 친구들의 비명이 터져나온 걸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취두부는 세계 몇 대 혐오식품 리스트에 꼭 오를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식품입니다.
그러나 메이데이님 말씀에 따르면 중국 사람들의 99% 이상이 이 식품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된장 찌개나 청국장 찌개 좋아하는 거나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맛이나 냄새에 익숙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게 된장찌개 먹어 보라고 하면 난리가 벌어지지 않겠어요?

취두부 맛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 냄새는 재래식 화장실과 하수구 냄새를 절반씩 섞어 놓은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요즈음 TV 예능 프로그램 보면 유명인사들이 대만, 중국, 혹은 동남아 야시장에 가서 취두부 시켜 놓고 별 야단을 다 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파는 취두부는 튀겨서 파는 간식으로, 병에 넣어 반찬으로 먹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 메이데이님이 선물하신 취두부는 당연히 병에 넣은 반찬용이고 이게 진짜 취두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번에는 내가 특강을 나가고 있는 아산학숙의 학생들 몇 명과 시식회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먹은 취두부는 예전의 취두부에 비해 맛과 냄새가 훨씬 더 순했습니다.

메이데이님이 일부러 순한 걸로 골라서 선물하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내가 지난 번에 이미 한 번 맛본지라 약간은 익숙해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 내가 이색적인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봐 저항력이 커졌을 가능성도 있구요.

하여튼 이번에 맛본 취두부는 기대 밖으로 맛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병뚜껑을 열었을 때의 냄새도 그리 심하지 않았을뿐더러 맛도 꽤 좋았습니다.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매우 강한 맛이 나지만 입에서 살살 녹여 먹으면 마치 (곰팡이가 쓸어 있는 걸로 유명한) 블루치즈의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나와 함께 먹은 학생들도 이구동성으로 맛이 괜찮다는 평이었습니다.

단백질이 발효되면 아주 심한 냄새를 풍기기 마련입니다.
사실 발효된다는 것과 썩는다는 것 사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썩은 게 맞지만 먹어서 탈이 나지 않으면 발효된다는 표현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물을 오래 놓아두다 보면 상할 때가 많았을 겁니다.
상한 음식을 버리기가 아까워 조금 먹어 보다가 어떤 것은 배탈도 안 날 뿐더러 의외로 맛이 좋은 걸 발견했을 테지요.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들이 먹는 발효식품의 원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발효된 단백질이 무척 강한 중독성을 갖습니다.
어디서 구수한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가 풍겨오면 갑자기 배가 엄청 고파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습니까?
외국인이야 코를 쥐어잡을 테지만, 어릴 때부터 먹어온 우리로서는 그 냄새가 천하의 어떤 냄새보다 더 좋은 게 아니겠어요?

세계 각국 사람들은 저 나름대로 이런저런 발효된 단백질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된장, 청국장, 삭힌 홍어 그리고 중국의 취두부가 그 대표적 예지만, 알고 보면 서양 사람들도 이런 음식을 꽤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치즈 중에도 우리가 처음 맛볼 때는 무지막지하게 역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나는 아직 먹어본 적이 없지만, 아이슬랜드의 썩은 상어고기와 스웨덴의 썩은 청어도 엄청난 악취를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썩은 청어는 하칼(Hakarl)이라고 부르는데, 외국 사람에게 그 통조림 냄새를 맡아 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코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릅니다.
재래식 화장실 냄새와 똑같다네요.
수르스트뢰밍(Surstroming)이라고 부르는 썩은 상어고기도 거기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악취를 갖는 걸로 알려져 있구요.

외국인들이 우리의 삭힌 홍어 맛보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을 보지만 썩은 청어나 썩은 상어고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걸로 믿습니다.
홍어는 썩었다는 표현을 쓰기 힘들 정도로 살짝 발효된 거니까요.
그런데 썩은 청어와 썩은 상어고기 중에서는 어느 쪽이 악취의 절대강자인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걸 말해 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우리집 식구들은 한사코 말리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썩은 청어와 썩은 상어고기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스웨덴 사람들과 아이슬랜드 사람들이 그렇게 즐겨 먹는다면 무언가 숨어 있는 맛이 있지 않을까요?
두리안과 취두부를 이미 정복한 기세를 몰아 천하의 혐오식품이라는 그것들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TRobin
(2019/01/25 11:35)

핀트가 살짝 다르긴 합니다만...... 호주에는 베지마이트(vegemite)라는 발효식품이 있습니다.
https://namu.wiki/w/%EB%B2%A0%EC%A7%80%EB%A7%88%EC%9D%B4%ED%8A%B8

시드니 출장갔을때 동료 직원이 맛있게 먹는걸 봤는데, 저는 냄새만 맡고 바로 백기 들었습니다. OTL

 
이준구
(2019/01/25 14:00)

잼처럼 빵에 발라 먹는 거 말인가요?
영국 문화권에서 널리 먹는다는데 정말로 맛이 역하다고 하데요.

 
TRobin
(2019/01/25 15:55)

예. 그 빵에 바르는 스프레드입니다.
출장간 사무실에서 아침마다 대형 식기세척기를 돌렸는데, 식기세척 마치고 올라는 수증기에 포함되는 냄새만 맡아도 역하기가 이를데 없었습니다.

 
이준구
(2019/01/25 15:59)

그런데 그거 좋아하는 사람은 환장을 한대요.

 
beatrice
(2019/01/26 19:28)

교수님 연구실에서 시식했던 취두부 기억납니다. ㅎㅎㅎ 별로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음식의 맛도 얼마나 익숙해져있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전 아주 깊이 삭힌 홍어를 어릴 때 맛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서울 일부 식당에서 파는 홍어를 먹으면 뭔가 덜 삭힌 것 같아서 맛이 없더라구요.

취두부도 우리 음식문화 중 일부였다면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 이곳에 지내면서 치즈를 자주 먹는데, 전 비교적 냄새가 강한 치즈도 다른 한국사람들에 비해 잘 먹는 편인데 프랑스 사람들이 환장하는 ( 아주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는, 파리에서는 구할 수도 없고 깊은 산속에 사는 현지인이 발효시켜서 만든) 치즈는 못먹겠더라구요.

 
이준구
(2019/01/27 17:53)

그 치즈 이름이 뭐니?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나네.
그 냄새가 무지 독하니?

 
beatrice
(2019/01/27 21:21)

치즈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아주 오래전에 친구들과 깊은 산속에 하이킹하러 갔다가 그곳에서 치즈를 파는 현지인을 만나서 먹게되었거든요. 저는 냄새부터 역해서 입에 대기 싫던데 프랑스 친구들은 너무 맛있다고 구입해서 파리로 가져오더라구요. 냄새가 너무 심해서 냉장고나 실내에 넣어두지도 않고 테라스 (실외)에 두더라구요..ㅎ

 
잠탱이
(2019/01/30 14:34)

작년에 아일레이 싱글몰트 위스키가 궁금해 져서 이런 저런 글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어떤 블로거의 표현으로는 아일레이 피트(토탄)향이 '도랑물 냄새'가 난다고 해서 위스키에 대한 호감이 반감함과 동시에 궁금증은 늘어서 표현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취두부는 '재래식 화장실과 하수구 냄새'를 섞은 냄새라니요...
정말 한참을 웃었어요.
그런데 왠지 더 궁금증이 돋는 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준구
(2019/02/01 22:08)

내 묘사는 100퍼 진실임을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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