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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16:44    조회수 : 1834    추천수 : 24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대학생은 교육의 소비자(consumers)인가?


대학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의 총장 연설문 중에는 두고두고 기억될 명문들이 많습니다.
상아탑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이니만큼 삶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 있는 멋진 연설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오늘 동창회보에서 2018학번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Princeton대학 아이즈그루버(C. Eisgruber) 총장의 연설문을 읽었는데,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연설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대학생이 교육의 ‘소비자’(consumers)가 아니라 ‘제조자’(makers)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그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You are not consumers of education.
You are makers of your education.
What you get out of this place depends on what you put into it.

당신들이 대학에서 얻어갈 것은 (대학생활 동안) 당신들이 무엇을 투입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떠먹여 주는 것만 배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울 것을 찾아 배우라는 가르침입니다.
참으로 멋진 말 아닙니까?

고등학생 때까지야 그런 자발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었다면 배울 것을 스스로 찾는 자발성을 발휘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우리 대학의 학생들도 이 말을 곰곰이 새겨들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총장의 연설문에서 또 하나 감명 깊게 읽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학이 졸업 후 일자리 찾기에 유리한 실용적인 가르침에 중점을 두어야 하느냐의 여부에 관한 커멘트입니다.
아마 미국 대학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요구가 꽤 많은가 봅니다.

총장은 “아름다운 아이디어의 기적”(The miracle of beautiful ideas)라는 말이 이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 연설의 제목이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아래 원문을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I mean that by some feature of our humanity or our cosmos, it turns out that one of the most genuinely practical things that you can do is to study the most beautiful, profound, ambitious, and challenging questions you can find.

에둘러 이 문장을 해석해 보자면 가장 아름답고 심오하며 도전적인 문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장 추상적인 진리의 탐구가 가장 실용적인 교육일 수 있다는 역설적 표현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학 교육의 본질이라는 그의 주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 아름다운 아이디어의 기적에 해당하는 예로 총장은 1938년 Princeton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을 들고 있습니다.
튜링이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상적인 문제였다는 것이 총장의 지적입니다.
수학적인 문제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느냐는 추상적인 의문이 그의 연구주제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추상적 문제를 연구했던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암호를 풀어내 연합국 승리에 기여했으며 컴퓨터를 개발함으로써 디지털 혁명의 막을 올렸습니다.
튜링의 아름답고(beautiful) 비실용적인(impractical) 문제에 대한 천착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어마어마한 실용적 혁신을 가져온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총장이 말하는 아름다운 아이디어의 기적입니다.

물론 모든 대학이 이런 모델을 채택할 수 없는 일이고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 대학처럼 연구중심대학을 자처하는 대학이야말로 이런 모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할 게 아니겠습니까?
‘진리 탐구’라는 이상이 한가한 놀음처럼 들릴 수 있어도 그 이상을 고수하는 대학이 있어야만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독일잠수함
(2018/12/06 23:39)

인생의 큰 그림으로 앞으로 수십년 후 자신을 위해 1번 말씀 같은 선택을 하고
전혀 다른 책을 읽고 어쩌고 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자기 바로 앞에 놓인 길을 좋게 찾아가는 입장이라면 아주 나쁜 선택 아닐까요?

특히나 경주마 처럼 달려야 하는 입장이라면요

트렌드로 나타나는 좋은 직업 찾아가지 흑빛으로 가득해 보이는 선택을 할 위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보이니까요?

80 90년대 학번이야 여유가 좀 있고 하니
책도 좀 찾아보고 소위 운동권화 책도 읽어보고 하지만요

그래서 전 지금 대학생이나 저보다 어린 세대들이 한 선택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 안듭니다

자기 세대에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고...

이렇게 만든 건 사회 탓이 더 크죠...

이과에서 의대로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보구요...

어린 세대들 탓이 전혀 아니라고 보입니다

미래 자기가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을 박차는 결과 아니냐고 뭐라 한다면...

왜 그런 사회를 만들어줬냐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래 2번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런 분야는 정말 특출나게 타고난 아니 천재성을 가진 이가 가야할 길이라고 보입니다

전 사회체제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부 잘 하는 것 보단 노력하는 것 보단
부동산 많이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게 더 행복하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
현실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들이 더더욱 도전도 안 하더란...

 
지성
(2018/12/07 16:39)

선생님 제 개인적으로는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많은 지식과 생각하는 방식들이 회사 생활하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동훈학생,
(2018/12/09 15:31)

개인적으로 회사 생활 하면서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자질 중 하나가 바로 '생각하는 법' 이었습니다.

이는 꾸준한 지적 호기심과 탐구가 전제 되어야 하는데,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 하면서 틈틈히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상모략의 달인
(2018/12/14 05:42)

운동권 식으로 공부하거나 운동권화 책을 보는 것은 바람직한 공부 방법이 아닙니다... 저 프린스턴대 총장도 이런 방법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운동권 식으로 공부하면 똑같이 아무 것도 모르는 선배가 아무 것도 모르는 후배 가르치는 식이어서 검증된 지식을 얻기 쉽지 않습니다... 운동권화 된 책도 훌륭한 책들도 상당 수 있지만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같은 잡서들도 많이 끼여있어서 이상한 쪽으로 빠지기 십상이구요... (주사파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죠) 그래도 군사 정권 시절에는 교수들 중에도 어용들이 꽤 있었으니 그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이해라도 가는 측면이 있는데... 2000년대 이후 학번들이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이런 책 보는 것은 정규 과정 공부를 제대로 따라갈 능력은 안 되는데 똑똑한 척 하고 싶은 애들이 많이들 이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부는 강단 위의 학자에게 배우는 것입니다... 학점을 따기 위한 시험 준비용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식견, 지적 수준을 넓힐 수 있는 것을 찾아들으면서... 교수님들이 정해 놓은 reading을 정면 돌파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한 다음에... 그렇게 공부하다보면 학점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고 봅니다... 특히 경제학의 경우 problem solving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교과서에 쓰여있는 직관, 논리를 잘 이해하고 체화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problem solving에만 초점을 맞춰서 공부한 학생들은 바로 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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