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로그인
회원가입 | ID/PW찾기
Home > 게시판

2018/10/23 11:25    조회수 : 1637    추천수 : 25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중국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날만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세어보지 않아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한 달쯤 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미세먼지 없이 푸른 하늘을 보며 출근길에 나서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린 기간이 말입니다.
요행으로 알맞은 방향으로 불어 밖에서 미세먼지가 날려 들어오지 않게 만드는 한편 우리가 만들어낸 미세먼지는 모두 다른 데로 날라 가게 만든 바람 덕분이겠지요.

이제 그 호사는 모두 끝나 버리고 오늘은 과연 미세먼지가 어떨지 눈치를 봐가면서 사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티 없이 푸른 하늘을 보며 감탄을 하던 게 바로 며칠 전이었는데 그것이 벌써 까맣게 먼 날의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겨울이 되어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와 난방으로 인한 미세먼지까지 가세하면 얼마나 더 많은 미세먼지에 시달리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는군요.

우리 상공의 미세먼지 중 국외 요인과 국내 요인의 비중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분명한 답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략 반반씩 정도 되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정확한 수치는 연구마다 달라 더 정확한 분석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겪는 미세먼지 문제 중 상당 부분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 동안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벌인 노력은 결코 합격점을 줄 수 없습니다.
늘 말만 앞세웠지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는 느낌입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국민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우리를 안심시킬 만한 근본적 해법을 내놓은 적은 없습니다.

서유럽 여러 나라들은 몇 년도까지 디젤차를 완전히 없앤다든가 혹은 아예 내연기관차 그 자체를 친환경차로 바꾼다든가 하는 구체적 일정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곳에 여행해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들은 우리에 비해 훨씬 더 깨끗한 공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나라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 정부가 한 일은 심지어 중국 정부보다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몇 년 전 항저우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시내버스가 모두 전기버스인 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고작해야 천연가스 버스로 바꿔나가고 있는 정도인 우리에 비교하면 중국 정부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그곳의 거리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요란한 소음과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다니는 오토바이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두 전동 오토바이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듣기로는 이렇게 전동 오토바이로 바뀐 지가 꽤 오래 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경우 오토바이로 인한 매연도 공기질 저하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을 텐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네요.

우리 정부가 한 일 중에서 제일 나를 기막히게 한 것은 디젤차를 친환경차로 대접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여러분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MB정부 시절 유로6 등급의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더 깨끗한 차로 인정되어 주차장 할인 등의 특혜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특혜가 유지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나가던 소가 웃을 만큼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디젤게이트 사건을 통해 유로6 등급이든 뭐든 디젤차는 본질적으로 깨끗한 차가 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
디젤차를 많이 만들어내는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사기극을 벌인 셈인데, 우리 정부가 거기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울화통이 터지는군요.
국정을 운영한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멍청했으니 제대로 된 미세먼지 대책이 나올 리 없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디젤차가 분에 넘치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을 제거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지 않는 한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고 믿습니다.
정부가 디젤차 더 많이 이용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감히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습니까?

정부는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수준으로 올리자는 말만 나오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정부가 말하는 문제들의 해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를 짜내면 경유 가격 인상에서 오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 찾을 수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현실에 안주하려는 보신주의가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을 뿐입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섞인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중국 정부와 협력체제를 구축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만 하고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결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맙니다.

최소한 중국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날만이라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것이 내 간절한 바람입니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풍부한 생활을 누린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것은 이미 의심의 나위가 없이 입증된 사실입니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중국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요행만 바라며 살 수 있겠습니까?
설사 중국쪽에서 세찬 바람이 몰려온다 해도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의 깨끗한 공기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금처럼 안일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한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 국민에게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일도 아무런 비용 없이 성취될 수는 없습니다.
세심한 비용-편익분석을 거쳐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가 얼마 전 한 달 정도 누렸던 호사가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우리 정부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일입니다.

 

잠탱이
(2018/10/24 17:54)

예전엔 봄에만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황사때문에 공기 걱정을 했는데, 이젠 한국이 사시사철 공기 걱정을 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네살짜리 둘째 아이도 어린이집 갈 옷을 입으면서 스마트스피커에게 "셀리야. 오늘 미세먼지 어때?"하고 묻습니다.
경유차 정책은 많은 분들이 지적했던 것 같은데, 왜 정책에 획기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효과가 미미할 거란 계산에서 그렇다면, 지금 더 뚜렷한 원인과 해결책을 모르는 상황에선 실행가능한 온갖 정책을 다 써서 그 적은 효과들을 모으고 모아 크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 같은데 말입니다.

 
이준구
(2018/10/24 22:24)

실행가능한 온갖 정책을 다 써야 한다는 지적 완전 공감입니다.

 
동훈학생,
(2018/10/27 17:15)

지금도 디젤차를 친 환경차로 속인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집니다.

 
이준구
(2018/10/28 14:10)

그때도 이미 전문가들은 디젤차가 아무리 깨끗하다 해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어.
미련한 MB정부는 그걸 무시하고 디젤차 사라고 등을 떠밀었던 거지.

 
윗글 가을은 책보다 야외활동이 제격인 거 같지만...
아랫글 고민 하나 여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