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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18:04    조회수 : 30416    추천수 : 38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경제학 교육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빵집 주인 그리고 맥주 만드는 사람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사람의 이기심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말이지요.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해놓고서는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이기적으로 살라고 권하는 것으로 들리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스미스가 ‘이기심’(self-interest)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태도를 뜻할 뿐이라는 설명을 급히 덧붙입니다.
예컨대 “그 사람은 참 이기적이야.”라는 말에서처럼 자기 이익만 챙기는 탐욕스런 태도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서둘러 강조하는 것이지요.

경제학은 전형적인 인간형으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즉 인간의 본성을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단순화해 가정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나 우정 따위는 완전히 사상해 버리고 오직 물질적 측면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을 배우다 보면 자연히 이기적인 태도를 정당화하는 생각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자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지요.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들만을 길러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여러 각도로 연구를 해 보았습니다.
경제학 교육이 과연 사람들을 한층 더 이기적으로 만드는지의 여부를 검증해 본 것이지요.

내 『경제학원론』에 이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더욱 이기적으로 만든다는 연구결과와 더불어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는 식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는 식으로 설명된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 이 문제와 관련된 후속연구들을 뒤져보니 이미 결론이 거의 난 셈이 되어 있더군요.
즉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결과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이기적인 태도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실험적 상황에서 그와 같은 경향이 거듭 확인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연구자는 경제학 교육이 사람을 더욱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애당초 상대적으로 더 이기적인 태도를 갖는 사람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컨센서스도 경제학 교육 그 자체의 성격이 이기적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모아지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개인이나 기업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수업과 환경이나 분배문제처럼 공동체의 관점을 강조하는 수업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경제학을 가르치는 경제학자는 어떨까요?
당연한 일이지만 경제학자들도 다른 학문을 하는 사람에 비해 더 이기적이라는 사실이 발견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소득이 더 많으면서도 기부행위에서는 더 짜게 군다는 것이지요.

하여튼 경제학을 가르칠 때 무조건 이기심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기심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충분히 얘기해 줘야 마땅한 일입니다.
경제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강의가 어떤 인간형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난 38년 동안의 교수생활에서 과연 어떤 제자들을 길러 이 사회에 내보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한 1968년부터 50년 동안 경제학을 공부해 오면서 나도 모르게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나 반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뿐 아니라 경제학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런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어야 하겠지요.

 

동훈학생,
(2018/06/15 22:02)

교수님께서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반대 해 오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기심과 거리가 먼 분임을 만인은 알거라 생각합니다.

 
독일잠수함
(2018/06/15 22:50)

전에 합의게임 관련 자기 이익을 위해 가장 잘 깨는 학생들이 경제학과

라는 내용 소개하는 글 썼다가 지운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제 기억이 맞다면...
아무래도 사람들 기분 나쁘게 할까봐서

어떤 학자 연구논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경제원론 책에도 저런 내용이 실릴 수도 있군요
아마 교수님 책이 최초일 듯 합니다
저런 내용 실려도 되나요 그런데
ㅋㅋㅋ

 
독일잠수함
(2018/06/15 22:56)

한국은 또 다르지 않을까요?
애초에 이기적이라서 ㅋㅋㅋ

그렇게 자라서 나름 좋은 대학 좋은 과 진학한 경우이기에...

개인적 추측입니다

 
이준구
(2018/06/16 21:52)

학문적으로 연구한 거라 문제될 게 전혀 없습니다.
경제학자가 그런 연구결과 보고 기분 나빠 한다면 속이 좁은 거지요.

 
중상모략의 달인
(2018/06/17 02:36)

음... -_- 그래도 전 대학 들어와서도 덜 이기적인 쪽으로 교육 받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절 때리시면서까지 그렇게 가르치셨기 때문에... 이게 지나고 보니까 왜 그러셨는지 알겠더라는...

그리고 아마 일전에 올린 적이 있는 것 같은 동아리 선배들 영향도 컸구요... 선배들이 하도 뭘 주니까... 몸둘 바를 몰라 하니까... 절 동아리로 데려갔던 선배가 "야! 그러지 말고 후배 들어오면 너도 똑같이 해! 그게 갚는거야!"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그리고 선생님 말씀대로... 그런 과학적인 (scientific) 연구 결과가 있는데... 경제학자가 그걸 자기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하려 든다면... 사회과학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 자체를 말아야지요... 그런데 사실 애초에 그런 연구 한 사람들 자신부터 경제학자 아닌가요?;;

 
중상모략의 달인
(2018/06/17 05:36)

얼마 전에 오승환 선수가 올 시즌 첫 패하던 날 오승환 선수 사인을 제 것이랑 동생 것 두 개 받았는데... (오 선수에게는 조카 준다고 둘러댔네요... 사실 어차피 그 집에 보내는 거라 조카 주는 거나 동생 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께서 오늘 가볍게 야단 치시더라구요... (요점은 1. 마음 불편할 사람한테 2.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해달라고 했다) 저희 어머니는 이런 거 하나 하나 다 "이기적" "자기 중심적"이라고 여기시고... 저도 좀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실 야구장 다니면서 선수들 사인만 받고 선물을 준 적은 없는데... 뭐라도 좀 들고 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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