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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14:41    조회수 : 1074    추천수 : 23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라는 부야베스(bouillabaisse) 이야기





난 아무 거나 잘 먹기 때문에 미식가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입맛이 까다로워야 맛있는 것 맛없는 것을 잘 구별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난 먹을 수 있는 건 뭐든 맛있게 먹는 스타일이라 미식가가 절대로 될 수 없는 것이죠.

솔직히 말해 난 미식가를 자처하는 친구들을 바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감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으면서 미식가를 자처하는 건 미련한 일이지요.
그런 사람들은 맛없다고 느끼면서 음식을 먹을 때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나처럼 뭐든 맛있게 먹는 스타일이 훨씬 더 행복하지 않겠어요?

난 여태까지 밥을 먹으면서 맛없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여름 되면 입맛이 없다 뭐다 호들갑을 떨지만 난 그런 적도 전혀 없어요.
난 이 소탈한 입맛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세끼가 모두 즐거운데 행복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런 내가 어떤 음식을 절반도 먹지 못하고 남긴 적이 딱 한 번 있습니다.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가서 소위 부야베스(bouillabaisse)라는 해물 스프를 먹었을 때입니다.
그 스프에서 생선 비린내가 어찌나 심하게 나던지 첫 숟갈 뜰 때부터 역했고, 결국 반도 비우지 못했습니다.

부야베스 하면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라는 얘기를 듣는 음식입니다.
중국의 제비집스프, 태국의 톰양꿍과 더불어 프랑스의 부야베스가 세계 3대 스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거지요.
이런 부야베스가 최고 잡식왕인 나를 보기좋게 굴복시켰다는 말입니다.

내가 먹은 레스토랑이 시장바닥의 싸구려 집이라면 또 얘기가 다릅니다.
그러나 첫 번째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바다를 내려다 보는 마르세이유 멋진 주택가에 떡하니 자리잡은 나름 유명한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흰 건물이 그 레스토랑입니다.)
우리 데려간 사람이 1인당 식사 가격이 130유로라고 말하던데 거의 20만원 가까운 가격입니다.

웃기는 건 그 레스토랑이 매우 건방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를 데려간 사람이 레스토랑에 바로 가지 않고 길가에서 공연히 시간을 끌더군요.
예약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조금 기다려야 한다구요.

결국 5분 전에 그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우리에게 입장을 허락하지 않고 베란다에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여태까지 수많은 레스토랑 가봤지만 예약시간 5분 전이라고 밖에서 기다리라는 친구들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 건방진 식당이라면 음식 맛은 당연히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우리의 자연스런 기대였지요.
문득 지난 번 교토에서 2시간 기다려 먹은 장어구이가 생각나더군요.
난 속으로 외쳤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좀 참아 주마.”

자리를 잡고 나니 웨이터가 두 번째 사진에서 보는 부야베스를 자랑스럽게 들고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무슨 진수성찬이나 나온 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그러나 곧 깊은 실망의 늪에 빠져들 줄 누가 알았다는 말입니까?

나에게는 세 번째 사진에서 보는 만큼의 음식이 나눠졌습니다.
(서민음식이라 비주얼이 그리 훌륭하지 못합니다.)
생선살을 한입 먹어 보니 어렵쇼 이게 웬일입니까?
생선살의 질감이 영 아닌데다가 역한 비린내가 온 입에 퍼졌습니다.

여러분들 매운탕 먹을 때 냉동 대구와 생 대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 아시지요?
생 대구는 살이 부드러운 데 비해 냉동 대구는 고무처럼 딱딱한 차이 말이지요.
그 부야베스의 생선살은 냉동 대구의 살보다 더 딱딱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역한 비린내였습니다.

난 비린 생선을 잘 먹는 편입니다.
고등어 같이 비린 생선 아주 좋아하구요.
그런데 그 부야베스의 비린내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주위를 돌아보니 일행들도 거의 먹지 못하고 공연히 포크로 생선살만 찔러대고 있더군요,

예전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부야베스를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비린내가 심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나 미국 사람 입맛에 맞추어 비린내를 제거하고 요리를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전통요리 방식에 따르면 비린내를 전혀 제거하지 않나 봅니다.
우리가 청국장 맛있다고 생각하듯 프랑스 사람은 그 비린내가 맛있다고 느끼나 보죠?

사실 부야베스가 프랑스 요리 중 고급은 아닙니다.
어부들이 잡은 고기중 신선한 것은 시장에 내다 팔고 좋지 않은 건 냄비에 넣고 푹푹 끓여낸 게 바로 부야베스라고 하니까요.
지극히 서민적인 요리가 프랑스 이름을 타고 세계적 스프로 등극을 한 셈이지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분들 중 의외로 부야베스가 맛있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한국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다음에 프랑스 여행 가서 부야베스 먹게 되면 내 말 꼭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공짜라면 모를까 비싼 내돈 내고 먹을 필요는 전혀 없는 음식입니다.

세계 3대 스프고 뭐고 난 우리나라에서 만원 내고 먹는 우럭탕이 훨씬 더 맛있습니다.
갖가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시원한 해물탕은 말할 것도 없구요.
한국음식 만세!!!

 

Silence
(2018/05/24 16:04)

빠가사리 매운탕이 먹고 싶어지는 글이네요...경험 나눔 감사합니다 ㅠㅠ

 
이준구
(2018/05/24 18:45)

빠가사리 매운탕 좋죠.
민물고기 매운탕 못 먹은 지 꽤 오래 되네요.

 
지성
(2018/05/25 09:26)

선생님, 전에 누가 그러던데, 맛없는 음식에서도 맛을 찾아내는 것이 미식가라고... 미식가는 맛없는 음식을 구분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맛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고 그러데요. 미각 세포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미식가... 선생님도 미식가 맞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부야베스 먹고 나서 해물잡탕을 왜 이렇게 비싼 돈 먹고 먹지.. 하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건강하세요 ~

 
이준구
(2018/05/25 17:48)

솔직히 나도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을 구별할 줄은 알아.
그리고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
다만 어느 선 이상이면 모두 맛있다고 생각하며 먹을 뿐이지.

 
이준구
(2018/05/25 17:50)

그리고 부야베스는 우리 기준으로 하면 해물잡탕 축에도 못 끼는 것 아냐?
해물잡탕이라면 낙지, 전복, 가리비 등 맛있는 해물들이 가득 들어있어야지.

 
호빵
(2018/05/25 21:25)

엇! 저도 얼마전에 마르세유 다녀 왔었는데...혹시 저 식당Le Rhul 아닌가요? 저는 그 식당 예약했다가 전날 다른 식당에서 맛뵈기 수준의 부야베스 먹고나서 '이건 내가 갈 길이 아니다' 싶어서 바로 취소 했답니다.

웬만한 향신료는 끄덕 없는데도...이건 뭐 비린내를 제거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비린내맛 다시다 같은 걸 열 큰 술 정도는 부은 듯한 맛이더군요.

 
동훈학생,
(2018/05/26 10:27)

비싸고 고급진 레스토랑이라 해서 꼭 맛있는 법은 없는가 봅니다.

운좋게 서울 유명 호텔 이탈리아 식당에 초대를 받았는데, 주방장이 이탈리아 사람이고, 세계 일류 요리학교 및 호텔 출신이고 등등의 화력한 이력을 내 세웠지만, 거기서 먹은 피자 보다 로마 길거리 가판대에서 사먹은 가지넣은 8000원 짜리 화덕 피자가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이준구
(2018/05/26 10:45)

동훈군 말이 맞아.
가격과 밋이 정비례하진 않아.

호빵, 자네 말한 그 식당 맞네.
일부러 비린내 나게 만든 것 같다는 인상도 100% 동감이구.

 
전도리
(2018/05/27 07:40)

교수님 ... 아래 달인님의 글아래에 저의 댓글이 좀 그렇다 싶다고 생각되는 데.. 삭제하려고 해도 앞뒤 문맥이 바뀌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 글을 쓰던 당시...마음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제되지 않고 올린 글이라 ) 쓴글이라 뉘앙스가 교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괜찮으신지요?

 
이준구
(2018/05/27 17:40)

무슨 글을 쓰셨는지 몰라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염려 마시기 바랍니다.

 
전도리
(2018/05/27 18:02)

알겠습니다..... 구벅^^

 
purejungs
(2018/06/03 01:12)

ㅋㅋㅋ어떤맛인지는 모르겠으나 비린내 나는것을 반이나 드셨다니 ..허억 ㅡ 최선을 다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저는 출장 다니면서 웬만한건 다 먹는다고 하는데도 어떤건 차마 한술 뜨기도 힘들더라고요;; 특히 정체모를 중동음식은..ㅠ 초반에는 외국 나가 한국식당 찾는 상사 보면서 유난떤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 입에도 중국 짜장면 보다 한국 짜장면이 맛있다는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세계에 중식이나 일식만큼 한국 식당도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음식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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