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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10:54    조회수 : 3664    추천수 : 34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경제학원론 수강 학생들의 애교




예전에는 강의실의 학생들이 내 애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였는데, 이젠 띠동갑도 훨씬 더 되는 어린 친구들을 보게 되는군요.
그 중에는 내 제자의 자제들도 있어 그 친구들 보면 "대를 이어 충성한다."는 말이 생각 납니다.
그렇게 어린 친구들이니 자연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요.

요즈음 듣자 하니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원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내 사진으로 패러디를 하고 있다 하네요.
이런 걸 "패러디"라고 불러야 하는지 "짤방"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사진의 아래쪽에 있는 글귀는 내가 그 친구들에게 내준 꽃 퀴즈와 관련이 있습니다.
봄이 되니까 우리 캠퍼스에 이런저런 꽃들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꽃들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몇 가지 꽃들의 이름을 주고 그것이 피어 있는 모습을 촬영해서 수업게시판에 올리면 점심을 사준다고 약속했습니다.
벌써 몇 학생이 꽃 사진을 올려 나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그 친구들과 대화해 보니 그 퀴즈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종전에는 전혀 모르던 꽃이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언지 알아내고, 거기에 기초해 꽃 피어 있는 모습을 찾아냈다고 하니까요.

내가 그 퀴즈를 내준 이유는 학생들로 하여금 꽃들을 위시한 주변 환경에 눈을 돌려보라고 하는 데 있었습니다.
늘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변 환경에도 눈을 돌릴 여유를 가져야만 삶이 그만큼 풍부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관심이 환경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으면 더욱 반가운 일이구요.

그 사진 위쪽에 있는 글귀는 내가 학생들이 수업중에 떠들고 왔다갔다 하는 걸 나무래 준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 수업중에 떠든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100% 사실입니다.
내가 요즈음 대학생들에게 경악하고 있는 게 바로 그 부분이구요.

그건 80년대 90년대 학번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현상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이 떠들거나 휴대폰 받으러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걸 발견하고 몇 번 호통을 친 일이 있습니다.
아마 그런 나를 꼬집으려는 의도가 그 말에 숨어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물론 나에 대한 애정이 그 밑에 깔려 있을 거라고 기대는 하지만요.

두 번째 사진에 나와 있는 구절은 수업중에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이건 내가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겁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왜 모두들 "공부, 공부"를 외치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덧셈, 뺄셈을 할 줄 알고 책 읽고 이해할 줄 알며 영어 몇 마디 할 줄 아는 게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초중고들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 중 그렇게 목을 매달고 공부해야만 하는 게 얼마나 있을까요?
쓸모없는 공부만 시키지 말고 적당히 놀고 운동하게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요?

나는 고등학교 때 대학입시 준비하느라고 그 싫어하는 수학을 무지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배운 수학이 그 후의 내 인생에 손톱만큼의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인수분해 문제 푸느라고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그 뒤로 인수분해 문제는 꿈에서도 보질 못했습니다.

사실은 대학에서의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이런저런 경제학 과목 수없이 많이 듣지만, 실제로 사회에 나가 그 중 얼마를 써먹겠습니까?
예를 들어 해석학 써서 개임이론 증명하는 걸 배우지만, 공무원 되거나 회사 가서 그걸 어디에 써먹느냐 이 말이지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기가 평소에 관심이 많던 역사, 문학, 예술 과목을 듣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는 전공과목은 졸업에 필요한 최소한만 듣고 가능한 한 많은 교양과목을 들으라고 학생들에게 권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좋은 학점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말고 폭넓게 인생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권하는 겁니다.

이런 내 충고를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솔직히 말해 잘 모릅니다.
그러나 난 학생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요?
나를 디스하려고 이걸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공감이 간다고 생각해 만들었을까요?
최소한 나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에 이걸 만든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잠탱이
(2018/05/02 14:34)

학생들의 교수님에 대한 귀여운 애정이 느껴집니다.

 
이준구
(2018/05/02 17:09)

그런가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독일잠수함
(2018/05/03 01:25)

저 개인적 생각을 적겠습니다

맥락이나 이런 사진 짤방 만든 이가 어떤 위치인가 보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과거와 달리 정말 자기보다 못한 이는 무시하고 조롱하는 문화가 발전한 반면

반대로 자기보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침묵하고 있는 문화가 형성된 거 같더군요...

아마 사회가 어른 세상이 그렇게 만들어 준 거 같은데...

과거같은 정말 호기는 절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군요

소위 맞짱뜨는...

어용교수라고 정말 이상한 교수라고
학생들이 수업거부하거나
강의신청 안 하거나 절대 안하는 세대라는...

자기 이익에 부합하면 참고 견디며 버티는...

그런데 이게 과연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일찍 타협하고 살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구요 젊기에 아이이기에 행할 수 있는 허술함도 허용 안하는 모습인가요?
아니면 일찍 세상을 깨우친 건가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란 책을 누가 꼭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사회적 약자를 왜 조롱하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세대들이 생겼는지...
그들이 어떻게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알려면...

사실 저도 모릅니다

저 책 이름만 듣고 읽지도 않았구요

나중에 찾아서 저는 꼭 읽어보려구요

좀 기분 나쁘시게 들리실런지 모르지만...

내심을 꼭꼭 감춰야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고 그들이 반응한 결과라 보입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Mich
(2018/05/03 10:40)

첫 사진의 'keep calm'은 교수님께서 학생들 나무라신 것이랑 관련있다기보다는, 인터넷 패러디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종의 '관용어구'인 듯 합니다. 주로 keep calm and '패러디하고자 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유래는 2차대전 당시 영국에서 사용하던 'Keep calm and carry on'라는 포스터 문구 에서 왔다고 합니다. (https://namu.wiki/w/Keep%20calm%20and%20carry%20on)

 
이준구
(2018/05/03 11:14)

아 그런 표현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HONey
(2018/05/03 11:35)

이 포스터 만드신 분은 저에게 연락주시면
잘해드리겠습니다.
(저도 이제 일선에서 은퇴하고 후임 좀 키우려구요)

 
이준구
(2018/05/05 04:47)

텔레토미 만들 정도의 실력으로 후임을 양성한다?
조그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나?

 
동훈학생,
(2018/05/07 11:55)

학생들의 애정이 담긴 표현이라 생각 합니다.

저의 대학시절을 회상해 보면,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의 인기에 의외로 신경쓰시는 거 보고 상당히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친한 교수님과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스승의 날에 받은 엽서가 동료 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울분(?)을 토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아부가 아니라 교수님께서는 서울대 전체 교수님들 중에서 인기 많으시기로 TOP 3 에 드시니 그런 서러움(?)은 없으실거 같습니다.

 
애그
(2018/05/10 13:59)

대학생이 수업중에 떠들고, 심지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01학번인 제가 봐도 충격이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총장까지 하셨던 굉장히 나이드신 교수님한테서 들었던 충격적(?) 발언은 그 교수님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 교수님께서 언제 중간고사를 보겠다고 공지하셨는데 제 동기가 "교수님, 중간고사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라고 질문 했는데...그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니! 대학생이나 되서 시험범위를 물어보나!!"

ㅡ,.ㅡ;;;;
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의 대학생들에게는 수업시간에 떠들지 마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설마 그것과 같은 수준으로 들리지는 않겠죠?

 
호빵
(2018/05/15 18:59)

패러디 내용이 어떻든 애정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회사에서 가장 어린 친구가 저랑 15살 차이가 나는데 세대차이 날 때도 있고 그래도 귀엽단 생각만 듭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대학 수업을 되새겨 보니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물론 선생님의 미시와 재정학은 포함입니다. 특히 알파벳 철자는 다르지만 피구세가 당시 축구선수 피구랑 이름이 같아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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