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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1:28    조회수 : 10944    추천수 : 100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갑질", "미투"(#MeToo) 그리고 힘을 가진 자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


운전을 하다 보면 조금 이상한 현상을 관찰하게 됩니다.
값비싼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들의 매너가 평균적으로 더 거칠어 보인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틈이 없는 차선으로 칼치기 해서 끼어들거나 요란한 굉음을 내며 추월하는 차들을 보면 값비싼 외제차일 때가 많습니다.
값비싼 외제차를 일부러 비뚜름하게 주차해 두 개의 구역을 차지하는 경우를 볼 때도 있습니다.

한 가지 위안을 찾는다면 이것이 우리 사회만의 고유한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최근 내가 읽은 심리학 논문을 보니 다른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나 봅니다.
그 논문은 UC 버클리의 피프(P. Piff) 교수 등이 쓴 “Higher Social Class Predicts
Increased Unethical Behavior”라는 것인데,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비윤리적인 행위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한다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자연적 상황과 실험적 상황에서 7개의 분석을 수행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운전습관에 대한 분석입니다.
그들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값비싼 차일수록 교차로에서 규칙을 위반하고 새치기해 들어갈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에서 대기중인 보행자를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지나칠 확률도 더 높다고 합니다.

이 분석 결과를 보면 내가 관찰한 값비싼 외제차의 거친 운전 매너가 단지 나 자신의 주관적 느낌에서 나온 것은 아님을 알게 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경향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보편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것임도 알 수 있습니다.
운전 습관 같은 자연적 상태에서의 행태만 봐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비윤리적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 많이 한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병역 기피 등 마치 비리의 박람회 같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지요.
더욱 웃기는 것은 겉으로는 점잖은 사람들인데 의외로 많은 교통위반 딱지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논문을 보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논문의 저자들이 말하는 사회경제적 지위(economic social status)라는 것은 소득이나 재산, 직업적 지위, 교육수준 등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높은 지위의 소유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바꿔 말하면 힘을 갖고 있는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구요.

이 논문에서 드러난 사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고, 남으로부터 가치 있는 것을 뺏어오는 경향이 더 강하고, 협상과정에서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더 크고, 자신의 이득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속임수를 쓸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더 비윤리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큰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 논문의 저자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과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이기적 태도를 취하는 것을 정당화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또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 ‘탐욕’(greed)을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욕심을 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하고 있으니 탐욕스런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인식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과 ‘미투’(#MeeToo) 현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힘을 가진 자들의 안하무인적 태도의 배경에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자신은 아무 짓이나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특권의식이 모든 문제의 핵심인 것입니다.
자신의 비루한 욕망을 채울 수만 있다면 남의 인생이 얼마나 망가지는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특권의식이 주범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무지하게 인색해 왔습니다.
권위주의적 정부에서는 대놓고 약자들의 인권을 무시했고,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약자들을 늘 강자들의 밥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이나 미투 같은 현상이 더욱 광범하게 발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욱 도덕적이고 더욱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합니다.
도덕 교과서를 보면 분명 그렇게 쓰여 있지요.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보면 그런 기대는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파생되는 숱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더욱 엄격한 감시와 통제가 유일한 해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 혹은 “유권무죄”(有權無罪)라는 말이 사라져 감에 따라 갑질과 미투 같은 사회적 병폐도 점차 고개를 수그리게 되지 않을까요?

 

전도리
(2018/03/11 19:42)

노벨위원회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경제학자 분이 South Korea의 서울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 알고 계신 분 혹시 없나요?

교수님은 가끔 말씀 하실때 보면.... " 내가 이정도의 경제학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라고 말씀 하시는데.... 젊은 지성이나 후학들에게.... 꿈과 이상을 원대하게 가지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인색하신 듯 싶습니다.

 
홈런볼
(2018/03/15 22:28)

'법 앞의 평등'
이 간단한 원칙이 한국에서는 지켜지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전무죄, 유권무죄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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