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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1 11:29    조회수 : 10591    추천수 : 74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트럼프(Trump) 감세 - 부러워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드디어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 구상이 실현 일보직전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린다고 하니 가히 지각변동에 해당하는 큰 변화임에 틀림없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 두 번에 걸친 감세정책을 통해 70%였던 최고 소득세율을
28%로 낮춘 것에 비견될 만한 대변혁입니다.

벌써부터 우리 사회의 보수 지식인, 보수 언론, 보수 야당들은 우리 경제에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 듯 난리굿을 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한 신문을 보니 우리는 25%로 법인세율을 올렸는데 미국은 21%로 낮춰 역전현상이 일어났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더군요.
과연 역전이 되었다는 이 말을 그대로 믿어도 좋을까요?

여러분이 잘 아시듯,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연방세와 더불어 주세(state
tax)가 상당히 무겁게 부과됩니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당연히 주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과세되고, 이것까지 포함한 미국 기업의 평균적 법인세 부담은 설사 연방 법인세율이 21%로 낮춰진다 해도 절대 우리 기업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44개 주에서 주법인세(state corporation income tax)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주법인세율은 노스캐롤라이나의 3%가 가장 낮은 수준이고, 가장 높은 아이오와는 무려 12%나 되는 고율의 주법인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주법인세율이 9%를 넘는 주만도 6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4개 주는 법인세와 조금 다른 Gross Receipt Tax를 부과하고 있으며, 법인에 대해 전혀 과세하지 않는 주는 사우스다코타와 와이오밍 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감세정책이 실천에 옮겨진다 해도 아이오와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업의 총 법인세 부담은 영업이익의 33%나 되어 우리나라 초대형 기업보다 8% 포인트 더 무거운 법인세 부담을 지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주에서 영업하는 미국 기업들이 실제로 지는 법인세 부담은 우리 기업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주법인세도 엄연히 세금 부담인데 이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두 나라의 법인세 부담을 비교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그 기사는 이제 미국 기업들이 우리 기업보다 더 가벼운 세금 부담만을 지게 되었다고 자못 부러운 투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감세 덕분에 미국 기업들이 예전보다 더 가벼운 세금 부담을 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보다 더 가벼운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은 사실과 어긋납니다.
미국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주법인세의 부담을 진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를 무시한 비교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미국의 주법인세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왜 그와 같은 주 사이의 격차가 계속 유지되고 있느냐입니다.
만약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와 입지 선정에 그렇게 중요한 변수라면 아이오와 같은 주는 기업들이 모두 빠져 나가고 텅텅 비어 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와이오밍으로 옮겨가면 주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될 텐데 뭐하러 아이오와에 머물면서 12%나 되는 무거운 부담을 문다는 말입니까?
영업이익의 12%가 결코 사소한 금액이 아닌데 말입니다.

만약 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와 입지 선정의 결정적 변수라면 주 사이의 격차는 결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모든 주들이 경쟁적으로 주법인세율을 인하해 결국 똑같은 수준에 이를 것이 뻔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 같은 주법인세율의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실제로 법인세 부담이 기업의 투자와 입지 선정에 그렇게 중요한 변수가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 법인세율이 한꺼번에 14% 포인트나 떨어진다면 투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법인세율을 고작 3, 4% 정도 내려주는 것과는 천양지판의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미국의 투자가 어느 정도 늘어난다 해서 우리나라의 투자가 크게 타격을 받아야 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미국이 유독 우리나라의 투자만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고 예상할 이유가 있나요?

나아가 미국에서의 투자 증가도 생각 밖으로 그 폭이 작을지 모릅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이런 예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 영국은 기계류에 대한 투자의 경우 투자액 전체에 대해 즉각적인 경비처리를 해주는 등 적극적인 투지촉진책을 썼습니다.
(예를 들어 1천만 파운드어치의 투자를 했다면 그 전액을 비용으로 털어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당시 영국 사회는 새처리즘(Thatcherism)이라는 신자유주의의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으니까요.

그 결과 영국 기업이 기계류에 대한 투자를 했을 경우에는 실효세율이 마이너스 36.8%가 되는 결과가 빚어졌습니다.
법인세가 적용된 후에는 적용되기 전에 비해 수익률이 36.8%만큼 더 커진다는 뜻이지요.
법인세가 기업의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안기기는커녕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특히 그 투자에 쓰인 자금이 차입된 경우에는 실효세율이 무려 마이너스 100.8%에 이르렀습니다.
정부가 보너스를 얹어줘 수익률이 두 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와 같은 혁명적인 투자유인책이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는 했을까요?
나는 영국 사정에 밝지 않아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투자유인책을 포기하고 일상적인 정책으로 회귀한 것을 보면 별 효과가 없었음이 분명합니다.
1984년의 조세제도 개혁에 의해 그 정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와 같은 영국의 경험은 트럼프의 조세개혁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그 조세개혁이 미국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낼지는 더욱 큰 의문입니다.
부자들만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중, 저소득층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확실하게 예상되는 것은 감세정책으로 인한 엄청난 재정적자의 발생과 이로 인한 사회복지 지출의 대폭 감소입니다.

보수언론은 트럼프 감세가 우리 경제에 무슨 큰 타격이라도 가할 것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투자를 미국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갈 것처럼 공포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어떤 신문은 한 보수 싱크탱크에서 수행한 분석결과를 인용해 트럼프 감세가 한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국내 투자가 14.3% 감소하고 GDP는 5.4% 감소할 것이라는데, 이 정도의 타격이라면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분석 결과가 제시된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이건 무지무지하게 그 정도가 과장된 비현실적 전망이라고 봅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바지만, 이와 같은 종류의 전망은 본질적으로 매우 위험한 작업입니다.

우선 어떤 모형에 기초해 분석을 수행했느냐가 문제될 뿐 아니라, 어떤 파라미터의 값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된 모형이 얼마나 신빙성을 갖느냐도 문제될 수 있고, 어떤 파라미터 값을 사용했느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경우에는 믿고 사용할 만한 파라미터 값이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분석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든 현실입니다.

어떤 사람이 그런 분석을 시험적으로 한 번 해본 것이라면 구태여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기관이 아무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대중에게 마치 그것이 신빙성 있는 분석 결과인 양 소개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입니다.
이 분석결과가 갖는 한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보도를 하는 것이 정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Economist지의 경제논설을 잘 살펴 보면 인용하는 분석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설과 개인적 견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증이 덜 된 분석결과는 그 한계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댜.
버로 이것이 공정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임은 구태여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감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 부정적 일 것임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수세력이 떠들어 대듯 큰 일이 일어난 건 아닙니다.
나는 트럼프 감세가 미국 경제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감세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준구
(2017/12/23 16:56)

오늘 신문을 보니 김동연 기재부 장관이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역전 주장에 대해 반박을 했다고 하네요.
그 근거는 우리나라 법인세 납부 기업의 99.7%가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1%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은 기업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내는 법인세의 금액으로 따지면 그 비율이 2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지적하더군요.

여기에 내가 제시한 것처럼 주법인세 부담까지 더해 두 나라를 비교하면 그 어떤 반론의 여지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은 전혀 하지 않는지 궁금하네요.
아직 모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어떤 이유로 그걸 말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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