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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5:44    조회수 : 895    추천수 : 32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감세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증세하면 경제가 죽는다?


조금 오래된 얘기지만, 세금을 올린 캘리포니아주와 세금을 내린 캔자스주에서의 실험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되었습니다.
2012년 5월 캔자스의 주지자 브라운백(S. Brownback)은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주소득세를 대폭 경감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그 자신이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인이기도 했을 뿐 아니라, 유명한 (혹은 악명 높은) 공급중시경제학자 래퍼(A. Laffer)의 부추김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슷한 때에 캘리포니아의 브라운(J. Brown) 주지사는 이와 반대로 주민들의 세금 부담을 올리는 방향의 조세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세금에 관해 세간에 유포되고 있는 상식에 따르면, 캔자스주의 경제는 감세정책 채택이후 승승장구하는 반면, 켈리포니아주의 경제는 증세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은 캘리포니아주가 '경제적 자살행위'를 한다고 비웃었답니다.)
우리나라 보수언론이 그 당시 이걸 취재대상으로 삼았다면 자신만만하게 그런 예측을 내놓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난 일을 보면 그와 같은 예상이 보기 좋게 뒤집혔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일자리가 크게 늘고 경제가 활성화된 반면, 캠자스주는 경제가 침체상태를 전혀 벗어나지 못했음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증세를 한 캘리포니아주는 재정이 견실해진 반면, 감세를 한 캔자스주는 재정위기에 빠져 결국 감세정책을 대폭 후퇴시킬 수밖에 없는 어려운 지경에 빠졌습니다.

크룩먼(P. Krugman) 교수는 이 사실을 들어 캔자스주의 감세정책 실험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의 평가는 당연히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왔는데, 이 대열의 선봉에 섰던 사람이 바로 무어(S. Moore)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Wall Street Journal의 논설위원을 역임하고 당시 보수적 싱크탱크인 Heritage
Foundation에서 Chief Economist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무어도 캔자스주의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은 감히 부정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그는 조세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작용해 그런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위장전술을 사용했습니다.
논쟁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면 흔히 쓰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지요.

무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세정책을 채택한 다른 주들(플로리다, 텍사스 등)에서는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반해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뉴욕주와 매서추세츠주 등은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구요.
캔자스주 자체도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감세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라는 말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두 사람의 견해 중 어느 쪽이 맞는 것이냐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Kansas City Star에 근무하는 애부핼커(Y. Abouhalkah)가 이 논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 논쟁은 크룩먼의 깨끗한 KO승으로 끝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애부핼커는 무어가 일자리의 변동양상에 관한 낡고(outdated), 부정확한(inaccurate) 데이터에 입각해 그 글을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에 따르면 텍사스주의 일자리 증가폭은 무어가 말한 것의 절반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플로리다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어의 말과 반대로 뉴욕주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답니다.
또한 무어는 2007-2012년의 일자리 데이터에 기초해 자신의 주장을 하고 있었는데,
2012년 이후의 통계를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무려 50만이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져 텍사스주의 성과를 능가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애부핼커의 통렬한 지적에 대한 무어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무어는 Kansas City Star에 보낸 이메일에서 "내 글에서의 실수에 대해 후회한다.(i do
regret the mistakes in my piece.)"고 인정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래 소득세율이 낮은 주의 성과가 높은 주의 성과를 일관되게 능가해 왔다는 결론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라는 궤변을 덧붙였다는 겁니다.
(무엇에 근거해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말이지요.)

이와 같은 무어의 말에 대해 크룩먼은 다음과 같은 커멘트를 했다고 하는군요.
"어떤 주의 성장률은 기후, 집값, 임금, 세금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조세만이 거의 유일한 결정요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헤리티지 재단의 분석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실로 통쾌한 반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룩먼은 또 다른 글에서 세율을 낮춘 레이건 대통령 때의 평균 성장률보다 세율을 올린 클린턴 대통령 때의 평균 성장률이 더 높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세율을 내린 부시 대통령 때보다 세율을 올린 오바마 대통령 때의 성장률이 더 높았던 점도 지적했구요.
한마디로 말해 성장률이 세율의 높고낮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제한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데 대해 난리법석을 떠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참고자료 :
P. Krugman, "On Economic Arrogance" New york Times, 2017. 2. 20.
Y. Abouhalkah, "Paul Krugman vs. Stephen Moore: Kansas is the Center of Feud after
Tax Cut Errors," Kansas City Star, 2014.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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