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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2 14:53    조회수 : 49356    추천수 : 79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아무도 말하지 않는 (혹은 보도하지 않는) 우리 법인세의 진실



최근 바쁜 일이 있어 매주 배달되어 오는 Economist지를 읽지 못하고 쌓아두고만 있었습니다.
이제 일이 다 끝나 모아둔 것들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기사는 "Give and Take"라는 제목을 달고 있으며, 11월 11-17일자 잡지에 실려 있습니다.
Trump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관한 기사인데 그가 법인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내릴 것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평가가 그 기사의 요지입니다.

그 기사는 미국의 법인세 세율이 35%로 무지 높아 보이지만 법인들이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실효세율(effective tax rate)은 의외로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법인세에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각종 공제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명목세율보다 실효세율이 훨씬 더 낮게 마련입니다.
기업에 제공하는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 있어 이를 통해 세금 납부액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법인이 얼마나 무거운 법인세의 부담을 지는가를 평가할 때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명목세율을 잔뜩 올려놓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을 줄일 수 있게 해주면 실제로 지는 부담은 별로 무겁지 않은 결과가 빚어지니까요.

그런데 미국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도표에서 과거에 미처 알지 못하던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한국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생각 밖으로 낮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여기 제시되어 있는 도표를 찬찬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이 도표에 등장하는 여러 나라들 중 최저의 실효세율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와 비교해 몇 분의 일도 안 되는 수준일 뿐더러, 중국과 비교해도 거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 나 자신도 우리나라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이렇게 낮을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자료들과 너무나도 큰 차이가 나는지라 놀랍기까지 합니다.
우리나라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명목세율보다 훨씬 더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낮다는 것은 처음 접하는 사실입니다.

이 Economist의 기사에 나온 도표는 미국 Congressional Budget Office 자료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Economist지나 Congressional Budget Office 라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언론과 정부기관이라 이 둘 중 하나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의심하기는 좀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사설 think tank에서 만든 통계자료를 찌라시 언론이 보도했다면 문제가 다를 테지만요.

지금까지 보아온 통계자료와 여기에 제시된 것 중 어느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는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만약 여기 제시된 통계자료가 더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그 동안 진행되어 온 법인세 관련 논의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실효세율이 이렇게 낮다는 사실은 모른 채 논의에 임했을 테니까요.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5% 수준도 안 될 정도로 낮다는 사실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었다면 당연히 빅 뉴스 감이 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얼마 전에 이 기사가 나왔기 때문에 이 사실이 이미 국내 언론에 보도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내가 과문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사실이 보도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봤다면 어떤 매체에 등장했는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반대로 해외의 권위 있는 언론에 우리나라 법인세의 실효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다는 기사가 나왔다면 우리 언론은 과연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요?
당연히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을 게 분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실효세율이 이렇게 낮다는 기사에는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군요.
이런 기사가 났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그 동안 법인세율 조정 얘기만 나오면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무거운 편이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이 도표를 보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이 국제비교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할까요?
그렇다면 이것이 질못된 통계자료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당연히 그들에게 있습니다.


ps. 이 도표의 제목이 "Myth and Reality"인 것이 자못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그 동안 우리는 진실이 아닌 myth에 근거해 법인세와 관련된 논쟁을 해온 셈인지 모른다는 말이니까요.

 

미누스
(2017/11/23 18:25)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에서 발간된 자료라고 하면 그 소스가 우리나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닐까요? 법인세의 문제점을 통계자료를 통해 꼬집을 수 있는데가 거기말곤 딱히 집히는데가 없어서 말입니다.

 
한머루
(2017/11/23 22:09)

미누스님/법정세율(STR)과 실효세율(ETR) 측정은 기준조세 체계와 조세지출의 정의, 운영방식, 포함 항목이 국가마다 다르고 과세소득(분모)과 세부담(분자)에 포함되는 범위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제비교를 위한 일관성 있는 지표 수립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음(http://www.nabo.go.kr/Sub/Finance_stat/fn02-14_2.jsp)은 미국 CBO가 참고했으리라고 예상되는 대한민국 국회예산정책처(NABO National Assembly Budget Office)에서 분석한 대한민국의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입니다. <실효세율보다는 한 단위 투자수익에 대한법인세 부담 수준을 보여주는 한계실효세율(METR)이 국제비교의 지표로 보다 적합하다. 한계실효세율은 법정법인세율, 투자세액 공제율, 기타 자본관련 세율, 감가상각률, 인플레이션 등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Chen and Mintz(2015 The 2014 Global Tax Competitiveness Report: A Proposed Business Tax Reform Agenda, University of Calgary)가 추정한 한계실효세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4년에 30.1%로 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투자하기에 적합한 나라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증거다>라는 읽어볼 만한 자료(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법인세 실효세율에 대한 소고)도 있습니다.

 
??????
(2017/11/23 22:40)

실증 재정학을 하는 입장에서 한머루 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사실 저런 점 때문에 국가 간 비교를 통한 실증 연구가 정말 어렵죠... 그래도 우리나라는 아직 개발연대에 도입된 각종 조세지출이나 공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아서 법인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애초에 한국경제연구원 자체가 전경련에서 만든 기관이라...;;

 
.동훈학생
(2017/11/24 00:42)

다른 것들은 미국 식을 옹호하던 MB 정부가 어찌하여 세율은 미국 근처에도 옮겨놓지 못했는지 의문입니다.

 
잠탱이
(2017/11/24 11:58)

저도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글 보구서야 저도 이정도로 법인들 실효세율이 낮은가 놀랐네요.

제가 속한 회사는 금융권이라 공제감면이 없는 편이라 그런지, 연결납세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도(연결납세를 적용하면 지주사의 결손금때문에 세액이 낮아지는 상황) 그룹 법인세 실효세율이 2015년, 2016년 기준 명목한계세율에 근접하네요.
(당해년도 실제법인세총부담액/회계상 세전순이익=약 22%, 분모를 세무상 과세표준으로 해도 공제감면이 없어서 22%구요.

덧글 써 놓고 정부나 학계에서 만든 통계는 용어나 산식에 적용하는 숫자의 범위가 다를텐데 단순산식으로 올렸나 싶어 들어왔습니다
위에서 산식을 쓴 이유가 공시용 사업보고서 주석에는 분자를 재무제표상 법인세비용을 사용해서입니다. 제무제표상 법인세비용이 법인세 신고 전 회계상 러프하게 산출한 법인세같지만 사실 이연법인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더 논리적인 계산법 같습니다.)


 
한머루
(2017/11/24 13:42)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체 선언을 했지만, 명목상으로는 아직도 존재하는 전경련이 설립한 단체라고 해서 조경엽 박사와 전경련을 연결시키는 태도는 분할의 오류(fallacia divisionis) 또는 연좌제로 읽힐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조경엽 박사의 소고에서 전경련의 지시 또는 묵시적 청탁에 의해서 대한민국 국회예산정책처의 통계 분석을 고의로 왜곡했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미국 CBO의 International Tax Rate Comparison을 읽고 있습니다만, 17~19%라는 한국 NABO 실효세율(ETR) 수치와는 터무니없이 다른 4.1%라는 CBO의 수치가 어떻게 해서 도출되었는지, 어떤 변수와 지표를 사용했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CBO의 ETR 도출과정을 좀더 살펴보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야말로 배우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동훈학생/MB 정부가 미국처럼 법인세 법정세율을 22%에서 35%로 인상해서 대한민국 땅에서 ‘강간으로 낳은 사생아(김기협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296 페이지)’에 불과한 박정희 조국 근대화의 상징인 공단과 공장들을 모두 폐쇄시키거나 외국으로 보내버리는 청소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참으로 아쉽습니다. 고매하신 선생님들이 ‘한국은 미국의 하위 제국주의 식민지(백승욱 자본주의 역사강의 21 페이지)’라는 위정척사론을 그렇게 가르쳐도 아직은 힘이 모자라나 봅니다.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면서도 미 제국주주의의 법인세율을 추종하여 박정희 근대화를 청산할 수 있는 묘안은 무엇일까요?

 
??????
(2017/11/24 14:10)

한머루님// 말씀하신대로 분할의 오류라고 봐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정말 많습니다만 조경엽 박사께 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적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까지야 얼굴 한 번 뵌 적도 없는 분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전공인 이상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 분일지 모르기도 하구요...

 
미누스
(2017/11/24 14:19)

한머루님// 그냥 구경꾼으로써 한말인데요. 동훈학생님이 한 말이 그렇게 불쾌한 것이었나요? 지식은 많은 분같은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전혀 용납을 못하는 분 같습니다.

 
.동훈학생
(2017/11/24 14:53)

한머루 님의 가르침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제 짧은 생각에 불쾌 하셨다면 사과 드립니다.

 
한머루
(2017/11/24 20:34)

동훈학생/귀하와는 무관하다고 여긴 독설이 불쾌하게 들렸다면, 본의 아니었지만,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을 경영하려면 법인세 이외의 준조세에 대한 부담, 아니 어쩌면 준조세보다 더 심한 정부 압력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도 감안해서 법인세율 논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 불러다 ‘훈계’하는 나라가 흔치 않은 이유입니다. 물론 황금 알기를 돌처럼 아는 깨끗한 대한민국 정치인들이니 기업 총수 불러다 호통치는 일도 가능하겠지만, 배우는 사람들까지 나서서 맑스의 상업이윤 회수설과 유사한 이조의 농본상말론처럼 들리는 법인세 인상론에 휘말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동훈학생에게 과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동훈학생
(2017/11/24 20:47)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머루님은 경제학의 상당한 고수 이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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