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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7 18:12    조회수 : 749    추천수 : 16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런던 여행기[1]







내가 여행을 떠났을 때는 30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런던에 도착하니 기온이 20도로 떨어져 마치 우리 초가을 날씨 같았습니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이 무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 주더군요.

Heathrow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지하철로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트렁크 들고 지하철 역사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 택시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일반 택시를 타면 거의 1백 파운드나 나오는 거리라 우버(Uber) 택시를 불렀습니다.
40여 파운드만 내면 호텔까지 편하게 데려다 주니 너무나 편리했습니다.

그 후로도 여행 기간 내내 우버 택시를 애용했는데, 정말로 싸고 편리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가 만난 우버 택시 운전사는 거의 모두가 매우 친절했습니다.
고객의 평가가 좋아야 우버 택시를 계속 운행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또한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우버 택시가 훌륭한 것 같았습니다.
누가 어떤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지가 컴퓨터상에 확실하게 입력되니까 납치나 강도행위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니까요.
외국 가면 택시 운전사가 바가지요금을 씌우지나 않나 걱정이 되는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구요.

그런데 우버 택시 운전자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사실 택시 운전자들뿐 아니라 음식점이나 매표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영국 사회에서도 저임금 업종에는 수많은 이민자들이 취업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런던은 세계에서 제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라고 하더군요.
최근 몇 차례에 걸쳐 테러가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웨스트민스터 지역은 늘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거리는 언제 테러가 일어났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무척 평온했습니다.

이번에 묵었던 호텔은 관광 중심지인 웨스트민스터 지역과 금융 중심지인 시티 지역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런던의 최고 랜드마크 중 하나인 센트 폴(St. Paul) 성당 바로 앞에 호텔이 있었기 때문에 오며 가며 그 성당을 수없이 봤습니다.
천재 건축가 렌(C. Wren)의 걸작이라는 그 성당은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이 바로 그 성당의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텔에서 나가면 바로 밀레니엄 브짓지(Millenium Bridge)라는 보행전용 다리가 나오고 그걸 건너면 바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라는 현대미술관이 나옵니다.
지금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팬클럽 회장이 런던 방문했을 때 테이트 모던을 가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라도 거기에 꼭 가봐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과거 화력발전소로 쓰던 건물을 고쳐서 미술관으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미술관의 외양은 커다란 굴뚝까지 달린 게 영락없는 공장이고 내부도 공장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워낙 잘 꾸며놓아서 애당초 미술관으로 지은 건물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쓸모가 없어진 공장을 허물지 않고 그렇게 예술적으로 다시 살려놓은 지혜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테이트 모던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은 재미있는 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현대미술이 그렇듯, “이것도 작품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외의 것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벽돌 몇장을 그저 쌓아놓은 것이 작품이라고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쌓아 놓으면 작품이 되지 못하지만 유명 미술인이 쌓으면 예술작품이 되는 건가요?

지난번에도 몇 차례 런던을 방문했지만 시티 지역을 자세히 돌아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마음 먹고 그곳을 자세하게 돌아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내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Bank of England 사진이 나오는데, 그걸 내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에서 비슷한 장면을 수없이 많이 찍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이 앞으로 경제학원론에 등장할 그 은행의 사진입니다.

시티 지역에는 금융허브답게 수많은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롬바드거리(Lombard Street)를 걸으니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수많은 건물들과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에서 세계 금융허브로서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어떤 모습이 될까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내가 이번 런던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겠다고 마음먹은 또 다른 지역은 트러팰거광장(Trafalgar Square)입니다.
넬슨 기념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 이 광장 주변에는 세 번째 사진에서 보듯 국립미술관 그리고 St. Martin-in-the-Fields교회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별다른 재미구요.

런던에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이곳저곳에 수없이 많습니다.
그거 다 돌아보려면 다리를 무지 혹사시켜야 할 정도입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만들고 유지하려면 무지 많은 돈이 들 텐데, 그걸 모두 무료로 입장하게 만들다니 대단한 경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입장인데 비해, 왕궁이나 유명 교회에 들어가려면 꼭 돈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버킹검 궁이나 켄징턴 궁, 윈저 성은 물론, 웨스트민스터 성당이나 센트 폴 성당 같은 곳도 입장하려면 거의 20파운드나 되는 거금을 내야 합니다.

윈저 성에 가니 과거엔 자유로 드나들 수 있었던 정원에도 이젠 2파운드의 입장료를 받고 들여보내고 있더군요.
그러나 정원이 너무나 아름다워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사진을 보면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무료입장과 유료입장의 구분에서 런던과 파리가 아주 대조적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파리의 경우 노트르담이나 사크르쾨르 같은 유명 교회를 입장료 없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신 거의 모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합니다.
영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이 이런 대조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런던 여행에서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버로마켓(Borough Market)이란 재래시장 방문이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에서 보듯, 그 시장은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만들어 파는 노점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지만 배가 한정되어 있어 아쉽기 짝이 없었습니다.

런던은 세계 제1의 관광도시답게 관광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도시의 사이즈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지하철이나 도보로 거의 모든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더군요.
영어가 잘 통한다는 점도 다른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엄청난 이점이겠구요.

영국의 음식은 맛이 없기로 유명합니다.
호텔에서 먹는 조식은 그 이미지와 완전히 부합합니다.
여러분들 다음에 런던 갈 때 ‘조식 불포함’으로 호텔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호텔 주변에 있는 카페에 가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는 게 훨씬 더 나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번 런던 여행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습니다.
지난 번 파리 갔을 때보다 더 맛있는 걸 많이 먹었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영국 사람들도 드디어 먹는 재미를 알기 시작한 것 같더군요.

커피만 하더라도 여기저기에 개성있는 커피집들이 많아 커피 매니아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스타벅스나 투섬플레이스 같은 대형 체인들의 천편일률적인 커피가 아닙니다.
독자적인 개성을 갖고 있는 수많은 작은 커피집들이 여행의 맛을 한결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재미야 말로 여행의 진수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니카
(2017/08/27 23:40)

역시 영국은 브랙시트해도 바로 금융기관들이 떠나진 않나보군요 EU탈퇴해도 그럭저럭 먹고살꺼같네요

 
일산남
(2017/08/28 10:35)

교수님 덕분에 잘 구경했습니다,2탄 기대합니다^^

 
오키프
(2017/08/28 20:10)

프랑스와는 반대로 영국의 미술관, 박물관이 무료인 것이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그렇게 무료로 하면 유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네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경우 입장료를 유로로 하더라도 입장료만으로 수입이 나기 힘들기 때문에 주로 외부 후원금과 아트상품, 프로그램 개발 등과 같은 곳에서 재원을 마련한다고 들었거든요.

다음에 영국에 갈 기회가 되면 테이트 모던에 꼭 가봐야겠습니다. 교수님께서도 감탄을 하셨다고 하니 더 가보고 싶네요. 파리에서도 곳곳에 과거에 예술공간이 아니였던 곳을 예술공간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퐁피두도 낙후지역이였던 곳이였는데 미술관 덕분에 지역이 확 바뀌었죠~ 낙후지역을 예술을 통해 개선시키는 것을 보면 참 신선하고 놀랍습니다.

일반인이 벽돌을 몇장 세운 것과 예술가가 세워놓은 벽돌이 다른 것은 벽돌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 이러한 이유로 일반인이 아이디어를 넣어 몇장 세운 벽돌을 제시하면 그 일반인이 예술가가 될 것입니다. 즉, 예술가가 했기 때문에 벽돌 몇장이 작품이 되었다기보다 이미 존재한 벽돌 몇장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곳에 와서 학생들에게 예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답을 합니다. 현대미술은 기존의 인식과 개념, 시각에 대해 새로운 물음을 던져주는 것 (뒤샹의 변기처럼)을 시도하다보니 벽돌 몇장을 세워두고 작가의 아이디어를 넣게 되어요. 따라서 보는 사람들은 "이것도 작품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그 의문 때문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뭐지? 를 연구하면 그 벽돌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됩니다. 그 새로운 의미를 알게되면 이전에 봤던 벽돌이 다르게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의 인식이나 개념에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대미술이 어렵다 보니 보는 미술이 아니라 '읽는 미술'이라는 말도 합니다. 저같은 전공자도 요즘은 현대미술 전시를 보면 반드시 작품 설명을 참고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봅니다. 의도가 바로 한눈에 파악되기 어려운 작품들이나, 별것 아닌 작품들이다 하더라도 작가의 아이디어나 개념을 알고 나면 무릎을 탁!치거나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신선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잔잔한 감동이 밀려올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준구
(2017/08/28 20:13)

오키프양에게 무식하다는 소리 들을 각오하고 반론을 제기해야겠어.
그 스토리라는 게 까놓고 말하자면 자기네들 사이의 끼리끼리 게임 아닌가?

예를 들어 내가 다 타고남은 연탄 몇 개 쌓아놓고 이건 인간이 피폐하게 만든 지구를 뜻한다고 말하면 어떨까?
현대미술의 대가가 똑같은 것을 만들고 똑같은 해석을 내놓는다면?
미안하지만 오키프양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구별해낼 자신 있어?
내 생각에 열 번 테스트에서 적어도 두 세 번은 실패할 것 같애.

경제학에서도 별 쓸모없는 얘기인데 자기네들끼리 위대한 업적이니 뭐니 낄낄대는 경우가 있어.
현대미술에도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해.

 
오키프
(2017/08/28 22:44)

선생님께서 예를 드신 연탄 아이디어는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현대미술의 그런 측면 때문에 (혹은 덕분에) 예술이 이전보다 더 광범위해지고 다양해진 것 같습니다.

만약에 타고 남은 연탄을 쌓아두고 인간이 망친 지구라고 하는 아이디어가 기존에 제시되지 않은 시각이면서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켜 그걸 본 사람들이 연탄을 볼 때마다 단순한 연탄이 아닌 피폐해진 지구를 떠올리고 어떤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면 예술작품으로서의 연탄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교수님의 연탄작품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교수님의 작품이 많은 감동을 주어 이에 공감한 사람들이 연탄을 보면 단순히 연탄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수님의 (피폐해진 지구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것입니다. 연탄이라는 대상을 인식하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인식이나 관점을 다시 새롭게 대체할만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교수님께서 연탄예술작품의 대가가 될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똑같이 생긴 연탄작품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어떤게 예술가의 것인지 구분해 보라면 당연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교수님의 아이디어를 바로 떠올릴 것입니다.

결과물 자체는 별게 없어 보이고 예술가의 것인지 일반인의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지라도 그것에 담긴 아이디어나 개념으로 그 대상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갖기 때문입니다.

다시 뒤샹의 변기 작품을 예를 들면, 뒤샹이 변기를 전시해서 변기작품이 예술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서 제시했기 때문에 뒤샹을 예술가라고 한 것일까요? ^^

제가 지식이 짧아서 말씀하신 벽돌 작업이 어떤 작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분명히 '벽돌'하면 일반 벽돌이 아니라 그 작가가 보여준 생각이나 개념을 자연스레 떠올리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현대미술에도 별 쓸모없는 얘기인데 위대한 업적을 위해 끼리끼리 낄낄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작가가 제시한 스토리나 이론이라는게 자기네들 사이의 끼리끼리의 게임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준구
(2017/08/28 22:45)

역시 전문가는 달라.
좋은 현대미술 강의 고마워.

 
태풍
(2017/08/30 19:55)

세인트 폴 대성당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묵으셔서 정말 좋으셨을 것 같습니다.

 
동훈학생.
(2017/08/31 18:30)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영국을 집중적으로 다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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