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로그인
회원가입 | ID/PW찾기
Home > 저서
 
책제목 :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저자 : 이준구
출판사 : 푸른숲
출판일 : 2009-04-15

소 개

젊었던 시절 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글을 별로 쓰지 않았다. 어디서 원고 청탁이 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거절해 버리고는 했다. 교수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반드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수는 자신의 강의실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정도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바로 이런 믿음 때문에 심심치 않게 들어오는 원고 청탁을 서슴없이 뿌리칠 수 있었다.
이런 내 상황에 큰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쯤이었다. 갑자기 보수의 물결이 우리 사회를 휩쓸게 되면서 오직 한 가지 소리만 들려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시장은 좋고 정부는 나쁘다. 환경규제든 부동산규제든 모두 풀어버려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려 주어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 부자를 못살게 굴면 안 된다. 어디를 가든 이런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이와 다른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여론이 무작정 한쪽으로만 쏠리는 걱정스러운 현상이 나타났다. 누구인가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 주지 않으면 사회적 균형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나는 더 이상 상아탑에 안주해 입을 닫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어야만 했다. 바로 이런 심경의 변화가 나로 하여금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선보이는 사회비평은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현안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평소 경제학자로서 제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모두 쏟아 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내 비판의 주요한 표적이 현 정부의 정책이라는 사실은 감추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정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많은 글들은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너무나 힘든 형편이다. 목소리를 낸들 언론이 이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기 때문에 듣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만이라도 목소리를 높여 부르짖어 보자고 ‘홈페이지 저널리즘’의 길을 선택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무조건 글을 써서 내 홈페이지에 올려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내 글이 가끔씩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힘을 얻어 계속 글을 써 나갔다. 교수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가끔 발언을 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본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본말이 전도된 생활을 하고 있지나 않은가라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다. 사실 내 인생에서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사회평론적 성격의 글을 쓴 적이 없었다. 내 홈페이지는 이런 글들로 차츰 채워져 갔고, 이 책은 바로 그 홈페이지 저널리즘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말만 옳다고 주장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내 개인적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논의의 출발점을 제시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무언가 생각해볼 거리를 얻었다고 느낀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의 기쁨이 있을 수 없다.






 
이전 책 :  재정학 (제5판)
다음 책 :  이준구 교수의 인간의 경제학